너를 바다에 묻고 돌아오다.

by 담은

너를 보내기로 마음먹은 날,

깊고 푸른 바다를 찾았다.

푸름을 덧칠하듯 겹겹이 밀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던 수평선 너머로

나는 내 안에 남은 너를

홀로 느릿하게 밀어냈다.


너에 대한 그리움을 바다에 묻기로 했다.

뒤엉킨 기억들은 모래 아래 감춰두고,

너를 향했던 모든 마음을

파도 위에 실어 흘려보내기로 했다.

그래야만 했다.

너는 이미 오래전 나를 떠났고

나도 이제 너를 떠나보내야 했으니까.


하지만 악착같이 달라붙은 그리움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바다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모든 걸 품어주었고,

그에 반해 내 마음은

끝없이 묻고 또 망설였다.


너를 다시금 떠올릴 때마다

파도처럼 스민 기억들이

가슴 깊은 곳까지 다시 밀어 올렸다.

너의 웃음, 너의 말투

무심한 표정으로 건넨 마지막 인사까지.

그 모든 것이 잊히지 않는 장면이 되어

물빛 속을 떠돌았다.


그래도 나는 너를 바다에 묻으려 한다.

바람 한 줌에, 파도 한 모금에 실어

조금씩 내 마음의 표면에서 지워내듯

너를 덜어내기로 했다.


이별은 단 한 번의 결심이 아니라

수없이 되뇌는 다짐하는,

끝내 나를 되찾기 위한 마음의 연습이라는 것을

그날 바다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깊고 푸른 고요한 바다에

나의 붉게 물든 그리움을 놓아주었다.

붉은 해가 저물듯

바다는 묵묵히 내 마음을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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