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마르는 속도

by 담은

그리움에도 마르는 속도가 있다면

나는 그 속도를 견디며 잘 살아내고 있는 걸까.

햇살 속에서, 바람 속에서, 시간의 결에 따라

조금씩 말라가는 그리움을 안고서.


너를 잊지 못하는 건 물의 기억 었다.

네가 웃던 순간,

돌아섰던 마지막 뒷모습,

빗소리에 기대어 들리던 그날의 목소리.

나는 그것들을 말려야 했다.

바짝 마르기까지,

어쩌면 생을 다 써야 할지도 모를 일들을.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시간이 모든 것을 덮어준다고.

하지만 시간은 아무 말 없이 지나갈 뿐,

상처를 덮는 건 시간의 손길이 아니라

다시 살아보려는 내 안의 서글픈 의지였다.


차라리 동의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조금 덜 아팠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몇 번 바뀌어도,

그리움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젖은 마음이 조금씩 마르고 있다.

그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그날의 향기를 꺼내지 않아도,

내 안의 계절은 스스로를 돌보는 중이다.


창문을 열어

남은 기억들을 바람에 흘려보낸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내 삶의 중심에

나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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