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잊을 수 있을까.
하루 끝 조용해진 방 안에 앉아,
나는 가끔 나에게 묻는다.
잊는다는 건, 정확히 어떤 감각일까.
너와 함께 걷던 길을 무심히 지나칠 수 있을까.
문득 네가 떠오르더라도 마음이 아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기억은 언제나 풍경으로 남는다.
너와 마주 보던 창가의 햇살,
어깨에 가볍게 내려앉던 오후의 바람,
다정하게 바라보던 너의 눈빛,
그 모든 것들이
진한 응어리처럼 내 안에 고여있다.
있고 싶어서 밀어내고,
잊기 싫어서 꼭 붙잡고,
그렇게 수없이 되풀이하며
나는 너 없는 날들을 버텼다.
어느 날은 괜찮았다가,
어느 날은 너무 사소한 일에 무너져 내렸다.
"잊는다"는 말은 너무 단단하고 냉정했다.
나는 다만, 네가 없는 삶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사람은 누군가를 완전히 잊지 못하나 보다.
그리움의 방식이 달라질 뿐.
한때는 눈물 같던 슬픈 마음이,
고요한 안부처럼 바뀌고,
이제는 어느 하늘 아래서든 안녕하기를 바란다.
너를 잊을 수 있을까?
아니 너를 내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고 싶다.
조금은 덜 아프고,
조금은 덜 흔들리는 마음으로.
그렇게 시간을 지나
너를 건너가는 것이
나만의 이별 방식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