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그리웠고 그리워할 것이다.

by 담은

브런치에서 한 작가님이 질문하셨다.

"작가님의 원천이 많이 궁금하네요."

댓글에는 간략하게 적었지만,

나의 그리움은 단 한 사람만을 향하지는 않는다.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꺼내지 못한 말, 잡지 못한 손, 닿지 못한 마음들.

모든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리움이라는 형태로 완성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겨난 그리움은 한 곳만을 향하지 않았다.

때로는 아프게 끝난 지나간 사랑이었다.

그때는 떠나가는 사람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희미한 원망마저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웃고 울던 날들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아주 작은 흔적하나에도 그때의 마음이 고스란히 살아났다.


어떤 날은 함께 지내는 남편과 뜨겁게 사랑했던 날들이 그리웠다.

늘 곁에 있었기에 잊고 지냈던 순간들.

이제는 너무 익숙해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감정들.

세월이 쌓여 깊어진 주름과 희끗해진 머리카락 속에서

그가 나를 바라보던 눈빛이 떠오르면.

그 순간에 뜨거웠던 사랑이 다시금 가슴속에 번지기도 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 함께 여기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문득 아련하게 다가온다.


때로는 내 젊은 날을 그리웠다.

말하지 못했던 마음, 용기가 부족해 꺼내지 못했던 감정들.

이제야 그때의 나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 시절의 나를 안아주듯, 스스로를 다독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움은 늘 아픔을 품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그리움의 의미가 달라진다.

젊을 때는 사랑에 대한 허기를 채우기 위해 무언가 잡으려고 했다면,

이제는 그 그리움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비워내야만 다시 새로운 마음이 찾아오고,

그 비움 속에서

또 다른 그리움이 자리를 잡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움을 받아들이는 일은

모든 것을 영원히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마음은 더 이상 조급하지 않았다.

놓쳐버린 것들에 대한 집착대신,

그저 지나온 시간들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비로소 그리움을 아름다운 감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리움은 아쉬운 감정만이 아니다.

그날의 아름다움을 비추는 거울이고,

지금의 삶에 감사할 수 있는 힘이다.

그 모든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이 내가 있을 수 있었다.

놓치고 후회했던 모든 순간들이 결국 나를 성장시키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리움의 힘은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했다.


아마 살아있는 동안 나의 그리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그리움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그리움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사랑했기에 그리웠고,

그리웠기에 나는 살아간다.




"그리움은 너라는 달"이라는 매거진을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하며 매거진이 생겨서 뭔지도 모르고 글을 남겨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함께 마음을 나눠 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더 많은 독자님들을 만나기 위해 매거진의 연재를 끝내고 새로운 글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동안 함께 해주신 댓글과 라이크잇이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곧,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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