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일주일 정도 앞둔 날, 사건이 터졌다. 내 관점에서 그 일의 시작은 학과 동기가 보낸 메시지였다.
[이 기사 봤어? 이거 우리 과 김혁수 교수님 얘기라던데?]
나는 동기가 보낸 링크를 눌러 인터넷 기사 내용을 확인했다. 기사는 우리 학교의 어떤 교수가 자신의 대학원생과 부적절한 관계라는 내용을 폭로하고 있었다. 기사 내용 상, 해당 교수의 아내가 남편의 외도를 언론사에 알린 모양이었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게 대체 뭐지? 이게 김혁수 교수님이라고? 많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그 의문에 스스로 답하듯 순간적으로 방학 중에 봤던 세미나실의 풍경이 떠올랐다. 거의 매 시간마다 혼자 남아서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눴던 그 대학원생이 생각난 것이다. 나는 빠르게 기억을 되살리려고 노력했다. 두 사람이 어떤 분위기였는지, 어떤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했었는지를 기억해내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집중해 봐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세미나실을 벗어났으니까. 그럴듯한 기억을 끄집어내지 못한 채 불쾌하고 불안한 기분만 피어올랐다. 머리가 어지럽다. 이 폭로는 아마 진실일 것이다.
이후로 이 소식은 교내 익명 커뮤니티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교수님과 그 대학원생의 신상까지 모두 다 말이다. 이미 수강신청까지 모두 이뤄진 상태였지만, 학교의 대처는 가차 없었다. 기존에 김혁수 교수님이 맡기로 한 강의를 다른 교수님이 가르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아직 경찰 조사나 법적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해도, 학교 입장 상 그 정도 논란이 있는 사람을 강의자로 둘 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더 큰 문제는 나였다. 우리 학교에서 정수론 분야를 연구하는 분은 그 교수님이 유일했다. 이대로라면 나는 대학원 진학 시 갈 곳을 잃는다. 적어도 우리 학교에서는 정수론 분야로 진학할 수 없게 되었다. 학부 지도 교수로 따르면서 방학 동안 연구 참여까지 했는데. 이 와중에도 나는 그 사람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기보다, 나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더할 나위 없는 절망감과 자괴감에 빠져있는 와중에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바라보니 전화를 건 사람은 한유진이었다. 듣자 하니 한유진도 인터넷 기사와 친구들을 통해 사태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수화기 너머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연신 들렸다.
"선배 지금 집이에요?"
"어 나는 집이지."
"혹시 지금 바쁜 거 아니면 동네 카페에서 볼래요?"
"너 퇴원한 지 얼마 안 된 거 아냐? 외출해도 괜찮아?"
"동네 카페는 걸어서 5분 정도면 갈 수 있잖아요. 그 정도는 괜찮아요."
우리는 1시간 뒤에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큰 사거리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통화를 끊었다. 한유진이나 우리 가족이나 모두 8년 전과 변함없이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같은 동네에 살면서 이제껏 한 번도 마주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 하긴 내가 밖에서 다른 사람 얼굴을 보고 다니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 아무튼 한유진은 아마 나를 걱정해서 카페에서 만나자고 제안한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나처럼 강제로 공중에 붕 떠서 오도 가도 못하는 기분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