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튜터링 모임을 가졌던 날 느꼈던 불안감에 비해 겉보기에는 평화로운 시간이 흐르던 가운데, 상황에 변수를 더한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여러분 죄송한데, 다음 주만 튜터링 시간을 바꿔도 괜찮을까요? 과외 스케줄 때문에 다음 주만 좀 늦게 해야 될 거 같아요.”
“아… 그래요? 저는 일단 대부분 오후 수업이 많아서 하면 오전이나 아예 저녁 시간에나 가능할 거 같아요.”
“저는 월요일은 공강이라 학교 자체를 안 나와서… 나머지 요일 중이면 될 거 같습니다.”
장학금 덕에 자금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된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군대를 갔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꾸준하게 일주일에 2개 정도씩 고등학생 과외를 하고 있다. 학군이 좋은 동네에서 고액 과외를 하고 있는데, 다음 주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한 학생이 개인사정으로 한 주를 건너뛰는 바람에 다음 주에 몰아서 2주 치 수업을 해주기로 했고, 하필이면 다른 집에서는 가족 모임이 있다며 다음 주에만 요일을 변경해서 수업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고액 과외인지라 학부모님들의 요청을 거부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요청을 수락한다. 하지만 내 개인사정 때문에 튜터링에 지장이 생기는 건 튜티들에게 미안하다. 하필 기말고사가 얼마 안 남은 시점이라 튜터링을 아예 빼기도 애매하다. 다음 주 튜터링 때 간식거리라도 사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튜티들과 시간을 맞춰봤는데, 아무래도 네 사람이 스케줄을 맞춰야 하는 문제이다 보니 아무리 맞춰봐도 다음 주는 목요일 저녁 7시밖에 가능한 시간이 없었다. 다들 정말 열심히 바쁘게 사는구나 싶었다.
“그러면 다음 주만 저녁 7시에 모이는 걸로 할게요. 정말 미안해요. 세미나실은 제가 따로 공간예약 신청해 두겠습니다.”
“네 다음 주에 뵈어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다음 주 스케줄을 확정하며 모임을 마무리했는데, 한유진이 가방을 정리하면서 나에게 양해를 구해왔다.
“선배, 근데 제가 그날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바로 오는 거라, 조금 늦을 수도 있어요. 일단 최대한 맞춰서 와볼게요.”
“알겠어. 괜히 내가 번거롭게 만들었네. 미안.”
“그래도 기말 직전이라 저도 절실한 입장이니까 어쩔 수 없죠. 나중에 맛있는 거 사주세요.”
한유진은 어딘가 불만이 있는 것 같은 퉁명스러운 말투였다. 하지만 동시에 너그러움이 바탕에 깔려서 장난스러운 느낌도 묻어난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한 후 세미나실을 먼저 나섰다.
하지만 어떻게든 오겠다고 말했던 한유진은 그다음 주에 세미나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다음 날에서야 소식을 들은 거지만, 아르바이트가 생각보다 늦게 마쳐서 급히 오느라 택시를 탔다가 오는 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한유진은 생각보다 크게 다친 것인지, 입원 치료를 받느라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식을 들은 직후 나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인생은 항상 이런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