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맛도 니맛도 아닌데, 그것도 나야.

통증과 가만히

by 담하dam ha

일하다 보면 배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

어쩔 때는 멍하고 온 몸이 아프기도 한다.

이 때 통증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스트레칭도 환기도 아니다.

물론, 스트레칭도 환기도 도움이 되지만.

더 좋았던 것은.

그저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다.

한동안 가만히 앉아있다 보면 통증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이런류의 것이 또 있는데, 바로 마음의 통증인 우울감이다.

그럴 때는 억지로 뭔가 해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를 쉴 수 있게 해 주면 금방 우울감이 사라지기도 한다.

우울하고 무력한 것을 가만히 두기만 하면 안 되고, 억지로라도 움직여야 한다지만.

장소를 바꾸어서 가만 앉아있는 것.

햇볕 아래서 멍하니 있어 보는 것.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흘러가는 데로 있다가 그 후에.

그런 후에는 먹고싶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라던가.

익숙한 길로 산책을 간다던가.

뭔가 살 것이 없어도 마트를 들어가서 구경을 한다던가.

그 후에 활동을 해도 괜찮다.

오히려 너 괜찮은 것 같다.

특히나 과도한 일이나 과한 스트레스로 우울감이 생겼다면 더욱 그러하다.

우울증과 우울감은 다른데, 우울증이 아니라 우울감이 있을 때 선 가만히, 후 움직임이면 기분도 좋아지고 정신도 맑아진다.

그것 말고도 통증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하게 발생하는데, 관계에서도 발생한다.

관계에서의 통증도 뭔가를 억지로 하려는 것보다는 가만히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때를 놓칠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자주 '가만히'있는 것을 힘들어 하는데, 뭔가를 하고있지 않으면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기분이 들어서 더 그렇다.

왜 그렇게 생산성에 목을 매게 되었는지 설명하려면 아주 많은 것을 설명해야 하니, 패스하지만 나 말고도 요즘은 '갓생'을 말하며 생산성에 목숨을 건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우리의 뇌도 하나, 몸도 하나이니, 뇌도 몸도 쉬어주어야 할 시간이 필요할 텐데 생산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가 몸에 장착된 것만 같은 사람들이 나를 포함해 너무나 많다.

그나마 건강에 관련된 이슈가 있어서 수면시간이 늘고 쉬는 시간이 강제로 생겼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전보다 생산성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가만히'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그렇다고 생산성이 아주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가만히'의 쓸모를 모르고 있었을 뿐.

인생에 아주 커다란 일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가만히 있는 시간 좀 생겼다고' 커다란 일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가만히'는 그저 쉬는 시간이 아니다.

내 몸에 윤활류를 바르기 위해 잠시 공정을 멈추는 시간이다.

윤활류를 바르는 것을 보고 쉬는 시간이라고 볼 수 없듯이 가만히는 그저 휴식이 아니라, 일을 계속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시간이다.

그러니 인생에서 통증을 만나면, 가만히를 해보자.

매일 그렇게 되뇌어 보고 있다.

오늘의 나는 가만히의 시간이 얼마나 있었을까.

전보다는 많아야, 기름칠을 제대로 한 것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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