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맛도 니맛도 아닌데, 그것도 나야.

점심 시간.

by 담하dam ha

점심 시간을 매일 기다린다.

단순히 식사를 해서가 아니라, 점심 시간이라는 것이 위안과 위로가 되기때문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을 먹고, 거기에 더해 절약하기 위해 편의점 음식을 사 먹는다.

그러면 기다려지지 않을 만도한데.

기다려진다.

매일 기다리는 기다림이.

어서 점심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막상 만나면 별로 특별할 것 없지만.

식사하고 커피를 사들고 오면 이상하게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점심 시간이 주는 것이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기다려지고 지나고 나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해 보니, 반가워 하는 것 대부분이 특별할 것 없는 것들이란 것이 떠올랐다.

운동 한 세트를 끝내고 숨을 몰아 쉬는 잠깐의 시간, 달리기 끝에 자리한 결승선에 발이 닿는 순간, 요리한 뒤 식탁에 앉는 순간, 빨래를 널고 섬유유연제 냄새를 맡는 순간, 청소를 끝내고 그 자리에 드러눕는 순간, 퇴근하고 집 앞에 서는 순간, 깨끗이 씻고 나와서 잠옷으로 갈아입는 순간, 어두운 밤 보송보송한 이불 안에서 눈을 감는 순간.

아주 많은 순간과 아주 짧은 시간들이 기다려지고 기분을 나아지게도 혹은 좋아지게도 한다.

그러고 보면 그 찰나의 순간들과 짧은 시간들이 모두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는 순간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래서 특별할 것 없는 점심 시간을 기다렸나.

그래서 특별할 것 없는 찰나의 순간들을 기다렸나.

그래서 그 찰나의 순간들이 그리도 기분 좋은 것이었나.

그런 생각을 하니, 또.

아, 사람답게는 살고 있나보다.

생각한다.

나를 사람답게 만드는 찰나들이 모여서 나를 사람으로 살게 해주고 있었구나.

그래서 그 작은 시간들이 그리도 기다려지고 그리도 기분이 나아졌구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그 작은 시간들에 잠시 감사 인사를 했다.

오늘도 커피를 사 마신 것에 감사하고, 오늘도 퇴근 후 집앞의 순간이 기다려지고, 오늘도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는 순간이 기다려진다.

어쩌면 그런 사람다운 순간들이 나를 살게 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의식 중에 살만한 순간이라고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고.

아주 사소하고 작고 별볼일 없어 보이는 것들이 조금 더 나은 기분을 선사해준다.

그러고 보면, 나의 시간 중에 필요없거나 쓸모없는 시간은 없는 것 같다.

모두가 내게 필요한 시간들이어서 그것들이 그렇게 나를 살게 해서.

내 모든 시간이, 아주 작은 찰나에 불과할지라도 너무 소중한 것이다.

내 시간이 소중한 만큼 삶도 너무 소중하고 생이 너무 소중하다.

보잘것 없어 보이지만 나라는 사람을 살게하는 소중한 것들이 모여져서 나의 시간을 만드니.

나라는 사람도 나라는 사람의 시간도 모두 소중한 것이다.

그러니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시간도 없고, 소중하지 않은 사람도 없다.

누군가의 작은 순간이 그 누군가를 살게 한다.

그러니 모두의 순간과 모두의 시간과 모두의 생이 소중해서 오늘도 모두 소중했고 앞으로도 모두 소중하다.

작은 순간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

지금 이 순간 실패의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작은 순간은 분명 있을테니.

작은 순간을 부여잡고 소중한 자신을 살게하는 또 다른 작은 순간을 또 부여잡고 그렇게 견뎌보는 것은 또 어떨까. 감히 생각해 본다.

모두에게 작은 순간은 분명 있을테니.

모두에게 부여잡을 순간이 있을테니.

부여잡고 잊어버려도 또 부여잡을 순간이 있을테니.

그래 한 번 더.

그래 한 번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감히.

생각해봤다.

그래서 나도 부여잡아 본다.

부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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