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많으면 70회 정도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
나는 스스로에게 꽤 박한 편이다. 너는 이런 걸 잘하고 이런 재주가 있고. 주위에서 칭찬해주어도 내 귀에는 잘 들리지 않았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 재주 많은 사람은 많은 걸.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이런 걸 못 하고 이런 재주가 없고.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했다.
몇 번이나 퇴사 욕구를 억누른 것도 이 회사를 나가면 내가 갈 곳이 있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때로 그 이유는 내 나이였고, 내 스펙이었다. 이 나이에 나를 뽑아줄까. 이 스펙에 나를 뽑아줄까. 너 아직 젊어. 너 정도면 좋아. 지인들이 아무리 말해줘도 나랑 친하니 해주는 말이지. 생각해버렸다.
이직이 다 무어야, 여기서 버텨야지. 그렇게 퇴사 카드를 없애면 버티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도 이 일만 잘 처리하면 다음 달에는 괜찮을 거야.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다음 달에는 괜찮을 이유가 없었다. 같은 일은 반복되고, 다음 달에도 같은 고통을 겪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다음 달에는 괜찮을 거라고 버티면 된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클라우스 베른하르트 저)를 보면, 우리가 매일 자기 자신에게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한다고 나온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쌓여 두려움과 공포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그동안 많은 날에, 나도 나에게 거짓말해왔을 것이다.
치료실에서 나는 거의 매일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들은 그게 정말 사실인지 따져보지도 않고 자기 자신을 설득시키기 바쁘다. 이에 관한 연구 자료들에 따르면, 우리는 매일 많으면 70회 정도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 특별한 근거도 없이 잘못된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이런 생각들 하나하나가 우리 삶과 안위에 영향을 준다. (86~87쪽)*
회사를 떠난 지금은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할 수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걱정도 든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게 생각해야겠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스스로 만들어낸 거짓말에 속지 않겠다. 내가 가진 부정적인 생각이 특별한 근거도 없으면서 나를 옭아매고 있는 것임을 알아차려야겠다.
*출처_ 클라우스 베른하르트,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 흐름출판,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