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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Aug 31. 2019

그래서 나는 지금, 잠시 쉬는 중

타고난 체력이 서로 다르듯 타고난 정신 에너지양도 서로 다르다

첫 회사를 다닐 때는 일복 많은 사람인 줄 알았다. 일은 해도 해도 줄지 않았다. 내가 퇴사한 뒤, 내가 하던 일을 처리하기 위해 5명이나 새로 뽑았다. 그전까지 회사에서는 내가 충원 좀 해달라고 아무리 말해도 들어주지 않았었다. 혼자 무리해서 일하고 있든 말든 어쨌든 그 일이 처리되고 있으니까. 회사 입장에선 그게 계산에 맞았을 테니까. 그때 느꼈다. 나는 일복이 많은 게 아니라 그저 미련하게 일했던 것이라고.


두 번째 회사를 다닐 때, 확실히 깨달았다. 내가 일복이 많은 게 아니었음을. 나는 그저 일을 못하는 것이었음을. 그래서 남들이 수월히 하는 일도 어렵게 했음을 깨달았다. 물론 그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내 생각이 그랬다는 것뿐. 하지만 그 생각이 나를 힘들게 한 건 사실이었다.


소진증후군은 다른 말로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상태를 이른다. (중략) 원인은 무엇일까? 페이스 조절 실패다. 타고난 체력이 서로 다르듯 타고난 정신 에너지량도 서로 다르기에 자신의 정신 에너지량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중략) 오버페이스는 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와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162~164쪽)*


『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 걸요』(임재영 저)에서 위 글을 읽었다. 그때 내 상태가 번아웃된 것이었을까. 번아웃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고 싶었던 것이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겐 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이 나를 힘들게 했다는 것이다. 


나는 내 정신 에너지량을 몰랐다. 내 페이스를 몰랐다. 열심히 하면 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열심히 한다는 게 언제나 옳은 일은 아니었다. 그걸 조금 늦게 알았다.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이가 바로 나인데. 내가 가장 나를 몰랐다.


그래서 나는 지금, 잠시 쉬는 중. 

나와 만나는 중이다.




*출처_ 임재영 저, 『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 걸요』, 아르테(art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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