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나누다
“오늘은 저걸 다 까야겠다. 혼자 까기는 많은데.”
며칠 전 엄마가 삼촌 댁에 다녀오시더니 마늘을 한가득 받아오셨다. 한 접은 안 되는 것 같고 반 접은 넘어 보였다. 한 이틀 부엌 한편에 놓여 있었는데 오늘은 결심을 하신 듯 말씀을 꺼내셨다. 나도 모르게 눈치를 봤다. 마늘 까기에 서툴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서.
“그럼 나랑 까지 뭐.”
“어휴, 넌 못 까. 마늘이 매워. 아빠랑 까면 좋을 텐데.”
내 망설임이 무색하게 오히려 엄마 쪽에서 거절하셨다. 오늘은 아빠 근무일, 내일은 아빠 휴무일. 잠시 고민하시더니 마음을 굳히셨는지 한 손에 장갑을 끼고는 TV 앞에 자리를 잡으셨다. 나는 마늘 까는 엄마를 두고 혼자 방에 들어가기도 뭐해서 옆에 같이 앉았다.
엄마는 지난주에 친구들과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꺼내셨다. 얼마 전에 함께 식사했던 고향 언니네 이야기도 하고. 나는 가끔 마늘 매운 내에 기침을 몇 번 하기도 하고, 카톡 온 걸 확인도 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그랬어? 그랬대? 그러네 진짜. 흔한 추임새를 넣었다. 엄마도 이야기하던 도중에 갑자기 TV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로 빠졌다 돌아오기도 했다.
“아휴, 이제 다 했네. 아이고, 다리야. 에고, 허리야. 맞다, 그거 몇 시에 하니? 예쁜 딸 그거.”
“응, 이제 할 거야. 10분 뒤?”
엄마가 묻는 ‘예쁜 딸’은 (아쉽게도) 내가 아니라 드라마를 말한다. 10분 뒤라는 대답에 서둘러 뒷정리를 하고는 소파에 앉으셨다. 나란히 앉은 우리 모녀는 TV 속 모녀 이야기로 들어갔다. 저 딸은 무슨 복이래니. 저건 엄마가 나쁜 거야. 그렇게 한참을 드라마 푹 빠졌다 나왔다.
요즘 회사 일이며 저녁 약속으로 저녁에 엄마와 이야기 나눌 시간이 별로 없었다. 서둘러 퇴근한다고 달려와도 이미 두 분의 저녁 식사가 끝나신 뒤라 나 혼자 먹는 날이 많았다. 이렇게 이야기 나눈 게 얼마만인지. 별 이야기 아니었지만,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였지만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모처럼 한가한 토요일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