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계단
“살 뺄 거야.”라거나 “다이어트할 겁니다.”라는 말을 늘 한다. 나는 항상 다이어트 중. 그러나 정말 빼고 싶다고 달려든 적도 사실 없다. 나에게 다이어트는 늘 하는 것이자 늘 하지 않는 것이었다. 5년 내로 한정하면 살을 빼본 적이 두 번 있다. 신기하게도 둘 다 한 달에 1kg씩 6개월, 총 6kg이 줄었다. 그런데 감량 방법은 사뭇 달랐다.
처음 6kg을 뺐을 때는 킥복싱을 했다. 살을 빼려고 체육관에 갔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 이유가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 그때 회사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뭐라도 두들겨 패야겠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집 근처엔 체육관이 없어서 지하철 타고 몇 정거장 떨어진 곳까지 다녔다. 운동 첫날에는 갑자기 현기증이 나서 체육관에 주저앉을 정도였다. 너무 힘들었다. 내 체력이 이만큼 저질이었구나 처절하게 느꼈다.
체육관은 주중에만 열어서 5일은 빡세게 운동하고 2일은 아무 생각 없이 쉬었다. 식단을 따로 챙기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은 다 먹고 다녔다. 그래도 살이 찌지 않았다. 물론 빠지지도 않았다. 관장님이 나를 보고, 혹시 집에 가서 폭식하냐고 물으신 적도 있었다. 그건 아니었지만 운동량에 비해 살이 잘 안 빠졌다.
그래도 1kg씩 꾸준히 빠져서 체육관을 그만두었을 땐 6kg이나 빠져 있었다. 근육량이 많이 늘었던 것인지 허리는 4인치나 줄었고.
체육관을 그만두고 한참을 운동도 안 하고 뒹굴었다. 얼마 간 체중은 변화 없이 허리만 점점 굵어졌다. 그러더니 근육이 다 지방이 된 것인지 갑자기 체중이 푹푹 늘어 제자리로 돌아왔다. 6kg 빼는데 6개월이 걸렸는데, 다시 찔 때도 그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빼는 속도만큼 찐 셈이었다.
두 번째로 6kg을 뺐을 때는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았다. 출퇴근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운동하러 갈 시간이 없었다. 당연히 그건 핑계였다. 집에 오면 꼼짝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출퇴근이 점점 고단한 건 내 체력이 떨어진 것임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운동하러 가긴 싫고 집에 오면 만사 귀찮은 나를 위한 운동 방법이 없을까. 고민 끝에, 계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원칙은 단 하나! ‘계단을 이용한다.’ 그뿐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뭐 운동이 될까. 그래, 아무것도 안 하느니 이거라도 하자.’ 그런 마음이었다. 그렇게 한두 달 계단으로만 다녔다. 야근하거나 몸이 축 처진 날에는 에스컬레이터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너무 힘들었다. 동료들이 사무실까지 엘리베이터 타자고 할 때 혼자 계단으로 향하기도 뻘쭘했다. 그래도 계단으로 향했다. 살은 빠지지 않았다. 찌지도 않았다. 그래도 출퇴근길이 전처럼 고단하진 않았다. 어떤 날에는 몸이 좀 가벼운 것 같아 한 번에 두 계단씩 올라가기도 했다.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6개월이 지나고 보니 6kg이 빠져 있었다. 이번에도 킥복싱을 했을 때처럼 한 달에 1kg씩 차곡차곡 빠진 수치였다. 근육량은 그때만큼 늘지는 않았는지 허리는 2인치밖에 안 줄긴 했다. 그래도 무척 놀라웠다. 일상의 사소한 변화만으로도 이만큼 살이 빠졌다는 것이. 꾸준함의 승리랄까. 강도를 높일 수 없다면 빈도를 높여야 한다랄까. 설명하기 나름이지만 신기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도 아주 작은 습관이 큰 변화, 심지어는 극적인 변화를 이루어낸다고 말한다. 나에게 그런 작은 습관을 꼽으라면 ‘계단 이용하기’가 아닐까. 지금은 또다시 나태해져서 에스컬레이터의 유혹에 넘어가버릴 때가 많다. 반성한다. 이제 다시 계단을 애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