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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Jul 13. 2019

타인의 기쁨을 내 일처럼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기쁨

얼마 전 동료 A와 점심을 먹었다. 대화는 흘러 흘러 최근 개업했다는, A의 고교 동창(B라고 하자)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B는 취업이 여의치 않자 돈을 빌려 카페를 열었다. 백수인 데다 근로소득이 한 번도 없었던 B에게 은행권 대출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다행히도 FM대출(Father & Mother)을 받았다. 네 결혼 자금으로 모아둔 돈이니 결혼시켰다 생각하고 빌려주마. 하지만 매달 원리금을 갚아라. 그런 조건이었다.


B의 창업 과정은 여덟 명 정도가 함께 있는 카톡 단체 채팅방에서 공유되었다. 창업 아이템 선정부터 프랜차이즈 조사, 상가 임대, 인테리어, 구인까지 어느 하나 쉬운 단계가 없었다. 단계마다 B는 부모님께서 어렵게 주신 돈을 다 까먹고 말까 봐, 최악의 경우 없던 빚까지 생길까 봐 무척이나 마음을 졸였다. 옆에서 지켜보는 친구들도 B의 일을 내 일처럼 함께 고민을 해주었다.


그런데 B가 드디어 가게를 오픈하는 하루 전날, 일이 터졌다. 채팅방에 있던 또 다른 친구 C가 갑자기 태도가 바꾼 것이었다. 오픈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B에게 잘 될 거라고 응원은 못할 망정, 그게 잘 되겠냐고 초를 쳤다. 시장에 카페가 이렇게나 많은데 젊고 미숙한 사장이 하는 집에 누가 오겠냐고. 놀라운 사실은, B가 고민을 털어놓을 때 가장 먼저 나서서 위로하고 함께 머리를 싸맸던 친구가 C였다는 점이다.


A는 내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며, B가 너무 상처 받은 것 같아 중간에 끼어 힘들다고 했다. 갑자기 변한 C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굳이 C를 대변하자면, C가 B와 달리 가족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 그럼에도 C가 B의 창업을 지지해주고 함께 응원해주었으면 했는데 아쉽다고, 내 일처럼 기뻐해 줄 줄 알았는데 너무 충격이었다고 덧붙였다.


A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게도 있던 비슷한 일화가 머릿속을 스쳤다. 나를 축하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에게 돌아온 싸늘한 반응. 더불어, 결혼 소식을 전하며 의외의 인물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지인들의 일화도 떠올랐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누가 말했을까. 그 사람은 분명 인복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네 기쁨을 내 일처럼 함께 기뻐해 준 이로만 가득했던 사람일 것이다. 물론 내게도 내 일처럼 기뻐해 주는 지인들이 있다. 한해 두해 나이 먹어가면서 그들의 마음이 정말로 감사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있었다. 그런 이들은 이제 대부분 연락하지 않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나 역시 누군가에게 C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 누군가는 나에게 상처 받고 나를 떠나갔을까. 지금 나와 연락하지 않는 누군가 중에 그런 이유로 나를 떠난 이도 있지 않을까. 네 기쁨을 축하해주지 못하고 좀스럽게 굴었을 나를 반성한다.


타인의 기쁨을 내 일처럼 여길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을 갖고 싶다. 지금 나는? 어휴, 아직 멀었다.




*참고_구체적인 내용을 조금씩 바꾸었습니다. 각색한 내용이므로 이 이야기와 동일한 이야기여도 그것은 우연일 뿐이며 의도한 바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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