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패를 하자

by 담해윤

성공만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자라며 나도 한때는 성공을 중요시했다. 내가 얻은 것, 얻어야 할 것, 아직은 얻지 못한 것… 모든 것을 이렇게 세 갈래로 나누어 그 위에서 가야 할 곳을 정했다. 척척 계획대로 될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난 내가 얻지 못한 것에 분노하며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는 했다. 이렇게 한평생을 앞만 보며 살던 날 돌려세운 건 나를 빠져나올 수 없는 구덩이로 넣어버린 많은 실패들이었다.


한국 사회는 실패를 꺼리고 성공을 지향한다. 요즘 들어 조금씩 바뀌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낡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회 현상이 아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1900년대 중반부터 급속도로 발전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실패보다 당장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성공이 더 의미 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사람들을 경주마처럼 달리게 만들고, 실패에 대한 불안감과 성공에 대한 강박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의 인식처럼 실패는 나쁜 것일까? 실패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단지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 뿐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직업을 찾기 위해 워킹홀리데이를 갔지만 9일 만에 돌아왔고, 두 번의 사업을 도전했지만 모두 두 달 만에 접었다. 이후에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지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서류에서 떨어져 회사 구경도 못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내게 필요한 답은 해외가 아닌 나의 내부에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사업을 하면서 내게 맞는 근무 환경에 대해 알게 되었다. 또 수십 개의 자소서를 쓰면서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성공이 더 좋지 않나?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매번 성공만을 하며 살 수 있을까? 인간이라면 80년 이상을 살아가면서 정말 적어도 몇 번, 많으면 수십 번, 수백 번 이상의 실패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차마 마주 볼 수 없어 작은 실패들을 부정하다 보면 더 큰 실패를 맞닥뜨릴 수도 있다. 마치 지반이 약한 땅을 무시하고 멋진 집을 짓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언젠가 누구나 겪는 실패를 우리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


본격적으로 실패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먼저 여러분이 가장 최근에 한 실패를 떠올려 보자.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다. 그 실패를 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가? 당황, 분노, 우울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일 것이다. 그 감정들을 인정해 주자. 실패라는 상황에서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단계로 가기 위해 그것들을 걷어내고 사실만 살펴보자. 그 사실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는가?


예를 들어 내가 원하던 회사에 떨어져서 분노와 우울함을 느꼈다고 가정해 보자. 그 감정을 걷어내면 나는 지원했던 회사에 떨어졌다는 사실만 남는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도 있고, 이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내가 이 사실에서 ‘자소서를 대충 써서 떨어졌다’는 배움을 얻었을 때, 나는 다음 회사를 지원할 때 더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대충 쓴 자소서로 붙었다면? 당장은 기쁘게 입사하겠지만 다음 이직 준비에서 여전히 이유를 모른 채 매번 떨어지는 상황을 마주할 것이다.


이처럼 성공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실패가 나쁜 것도 아니다. 성공이 스포츠카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거라면 실패는 잠시 브레이크를 걸고 차를 정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의 글이 이해가 가더라도 여전히 실패는 두렵고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작은 실패를 하는 연습을 해볼 수도 있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자기 효능감을 키워주기 위해 단계적으로 성공 경험을 겪게 해 준다. 아주 쉬운 것부터 점점 어려운 순으로 말이다.


우리도 작은 실패를 감당할 수 있도록 연습해 보자.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다. 평소에 하지 못한 표현을 한다거나, 새로운 사람에게 말을 걸어본다거나, 노래방에서 새로운 장르의 노래를 불러보는 것처럼 말이다. 실패할 거라고 생각해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고, 실패를 경험해 보자.


이런 작은 실패들이 쌓이고 자연스럽게 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해방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성공 아님 실패처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세상을 보다가 이제는 뭘 해도 자연스러움을 느끼는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처럼 나를 옭아매고 있던 사슬을 스스로 풀어버리는 건, 나를 더 나은 가능성과 기회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것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실패도 너그러이 바라보며 당신만이 찾을 수 있는 성장 가능성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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