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의 다툼에서 들을 수 있는 흔한 말이 있다. “네가 나한테 뭘 해줬는데?” 이 말을 들은 상대의 반응은 어떨까? 대부분은 어이없어할 것이다. 매일 밤 사랑을 담아 보낸 장문의 문자, 늦은 밤 귀갓길에 걱정되어 건 통화, 평소에 필요하다고 했던 걸 떠올리며 건넨 작은 선물들… 자신의 입장에선 해준 것이 많은데도 네가 나에게 뭘 해줬냐며 묻는 질문에 당황스럽고 허탈하기만 하다. 분명해 준 건 많은 것 같은데 왜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
나는 많은 걸 해준 것 같지만 상대는 받은 것이 없다고 할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걸 보는 많은 사람들은 아마 받은 쪽이 이기적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건 상대가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사랑을 주고 그것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쪽이다.
나는 이런 모습들을 보며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이 이타적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배려하고, 헌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현실에서, 미디어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사랑의 모습들을 보며 대부분의 사랑이 자기만족의 모습을 띈다고 느꼈다.
보통 사랑을 줄 때 내가 받고 싶은 형태로 주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남자가 보낸 장문의 문자, 먼저 건 전화, 건넨 선물들은 사실 누가 받고 싶었던 것들일까? 아마 여자보다는 남자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남자는 자신이 받았을 때 기분이 좋을 방식대로 사랑을 표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몰라주자 그가 허탈한 감정을 느낀 이유는 그녀와 자신의 욕구를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는 것에만 만족을 느꼈을 뿐 그녀가 뭘 원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이런 자기만족을 위한 사랑은 상대의 행복, 건강, 안위 자체에 관심을 느끼기보단 이상화된 상대의 모습을 통해 내가 갖는 만족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힘들고 지칠 땐 나도 같이 힘이 빠지고 도와주고 싶어 한다. 물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괴로움을 겪는 모습에 동기화되어 힘들어지고, 상대를 응원하는 마음에 도와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어떨까? 상대가 행복한 상태여야 내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라면 만족을 얻지 못하니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상대를 되돌려 놓으려고 하는 것이다. 상대 자체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슬프거나 우울해해도 그 모습을 인정하며 옆에 있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그런 모습이 자기를 힘들게 한다며 떠나가는 경우가 많다. 더 이상 그 사람을 통해 만족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사랑에 타인을 위한 마음도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타적인 마음과 자기만족을 블록을 해체하듯 완전히 나눌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랑은 이타적이라고 완전히 믿고 있을 때, 나는 그 먼지 쌓인 표면을 닦아내고 진짜 사랑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렇다면 사랑은 자기 사랑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필요 없는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더 알아가고, 나라는 벽을 넘어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뭘 좋아하고 원하는지 알아야 타인에게도 그러한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아채기 때문이다. 사랑은 자기만족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기만족에서 이타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인생의 가치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