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선택해도 0이 된다면
앞서 말했듯이, 완벽한 선택이란 없다. 무엇을 선택하든 기회비용이 있는 것처럼 모든 가치를 다 얻을 수 있는 선택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선택 앞에서 망설이거나 고민한다. 왜냐하면 내가 무엇을 선택했을 때 더 많은 가치를 얻을 수 있을까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나도 수많은 선택 앞에서 고민을 했었다. 두세 가지 선택지를 앞에 두고서, ‘내가 무엇을 골라야 최대한 많은 가치를 얻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몇 날 며칠을 생각에 빠진 채 보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경험 속에서 깨닫게 된 건, 어떤 선택을 하든 내가 얻는 가치는 결국 0에 수렴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한때는 교사와 사업가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적이 있었다. 교사라는 직업의 장점은 뚜렷했지만, 나는 안정적이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꼈다. 또한 짜인 구조 안에서 업무를 정해진 대로 해야 하는 것이 스스로를 옥죄게 했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내가 신경 써야 했다. 워라밸 같은 건 없었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멈춰있어서 집에 누워서도 일 생각을 했다. 교사일 때는 내가 일을 적게 하든 많이 하든 꼬박꼬박 월급이 나왔는데, 사업은 내가 일한 만큼 돈이 생겼다. 나는 그때 느꼈다. 결국 무엇을 선택하든 내가 얻는 가치는 0이라는 것을.
나는 인생의 모든 선택에 ‘가치 0의 수렴 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중학교 때 공부를 하지 않아서 즐거웠지만(+), 고등학교 때는 뒤처진 만큼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 했다(-).
⠂알바를 세 개씩 뛰었을 때는 경제적으로 풍족했지만(+), 하루 종일 피곤했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나는 남들보다 실패를 많이 해서 경제적, 심리적으로 힘들었지만(-), 스스로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고, 실패에 무뎌져 도전하는 용기가 생겼다.(+)
이처럼 무엇을 선택하든 얻는 것과 잃는 것이 균형을 이루어 결국 인생의 총합은 0에 가깝다.
이것을 깨닫고 나서 한동안 젖은 솜처럼 무기력했다. ‘뭘 해도 0인데 내가 꼭 무언가를 해야만 할까?’, ‘인생은 왜 살아야 하는 걸까?’, ‘지금 죽으나 나중에 죽으나 어차피 0인 건 같지 않을까?’ 그때부터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후에 내가 결국 깨달은 것은, 모든 가치는 0에 수렴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모든 것들은 누적되어 따라온다는 것이다.
내가 모든 선택을 행하는 과정에서 느낀 즐거움, 기쁨, 슬픔, 좌절감 등은 모여 나를 나답게 살아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교훈은 내가 그 과정을 재정렬하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침표가 되었다.
사실 이 글을 읽고 ‘결론은 어차피 0이라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맞다. 그래서 나는 “미친 듯이 열심히 사세요! 성공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무엇을 선택해도 0인 김에, 삶을 창밖의 풍경을 구경하는 것 마냥 인생을 즐기고 느끼길 바란다. 선택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얻은 모든 것들이 누적되어 여러분의 발판이 되고 세상을 더 높게, 멀리 볼 수 있게 한다는 것만 알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말자. 어차피 0이라면 더 나답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