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남편, 완벽한 직업, 완벽한 삶..
예전에는 항상 ‘완벽한 선택’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인생에는 정답이 있고, 그걸 찾기만 하면 후회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면서 그런 선택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고양이를 처음 입양했을 때는 즐겁고 행복했다. 내 외로움이 채워지고, 귀엽고 순수한 모습을 보며 옥시토신이 솟아났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장점은 무뎌지고, 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포기하게 되는 것들이 아쉬워졌다. 오래 집을 비울 수 없는 아쉬움, 고양이의 짐들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아쉬움, 침대에서 마음 편히 혼자 잘 수 없는 아쉬움.
그렇다고 다시 고양이가 없는 삶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난 그저 고양이가 있을 때의 행복을 원하면서도, 혼자 살 때처럼 아무것도 침해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원하고 있었다. 나는 서로 다른 가치들이 양립하기를 원하고 있던 것이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다면, 외롭지만 자유로울 것이다.
고양이를 키운다면, 자유롭지는 않지만 덜 외로울 것이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 세상에 완벽한 선택이란 없구나.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건,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구나. 이 깨달음은 부족한 것에 대한 결핍보다, 내가 가진 것들의 긍정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추게 해 줬다.
내가 직업이 없어서 위축되고 경제적으로 걱정이 되었다면, 지금은 직업이 있을 때 얻지 못하는 자유로움과 평온함을 얻고 있다.
내가 가족들과 함께 살아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지내서 경제적으로 힘들지도, 외롭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선택은 기회비용이 따른다. 내가 A라는 선택을 한다면 B라는 선택을 했을 때 얻는 가치는 포기해야 한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면서(A) 행복이라는 가치를 얻었다면, 고양이를 키우지 않으면서(B) 얻는 자유가 기회비용이자 내가 포기해야 할 가치다.
요새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자주 본다.
“제가 결혼을 했는데, 배우자가 바람을 피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이혼하세요.”
→ “제가 아이가 있는데 어떡하죠?”
사람들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는 완벽한 답을 원한다. 배우자와의 사랑, 자식에게 상처 주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 주변 사람들의 시선, 내 마음의 평화를 모두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의 답을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답을 주는 선택은 없다.
내가 이혼을 결심한다면 마음의 평화는 얻겠지만, 배우자와의 사랑은 포기해야 한다. 반면 내가 이혼하지 않는 걸 선택한다면 마음 한구석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세상에 완벽한 선택은 없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포기할 수 있는 걸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선택의 가치가 가장 우선시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한 선택에 집중하며 더 나은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자유 대신 다른 가치를 더하며 살고 있다. 집을 오래 비울 수 없어 외출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서, 적은 시간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고양이 울음소리로 이른 아침을 시작하지만, 덕분에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완벽한 선택은 아니지만 온전한 선택을 하면서 나는 스스로 제약이 아닌 더해지는 가치를 찾고 있다. 어쩌면 같은 선택일지라도 전혀 다른 마음가짐을 갖게 되는 이 사고방식이, 보물찾기 같은 인생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