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약

어느 전화

by 글짓말

"여보세요."

"어."


"어는 무슨 놈의 어."

"전화 잘 받았다는 뜻이야."


"지가 먼저 하셨잖아요."

"그래."


"왜."

"쥐약 먹었다."


"불쌍한 놈."

"무슨 뜻인지는 알고 말해?"


"쥐가 쥐약을 왜 처먹냐. 다 이유가 있어서 처먹는 거야. 평생 쓰레기봉투나 이빨로 뜯으면서 썩어가는 먹이나 먹는 쥐가 쥐약을 왜 먹어 왜 먹긴. 일생에 그런 일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 없으니까 그런 거 아냐. 썩은 생선 대가리만 씹다가 쥐약 들어간 치즈 덩어리 봐봐라. 대가리가 핑~ 돌겠지. 먹으면 뒤지는 줄도 모르는 경우도 있기야 있겠지. 근데 알고서도 처먹어. 쥐 말고 인간이 처먹는다고. 그게 어차ㅍ.."

"어차피 굶어 죽을 바에야. 혹은 쓰레기만 뒤지면서 살던 놈한테 그런 일은 앞으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라는 것을 아니까 그냥 처먹고 죽어보자는 거지. 평생 쫓기며 썩은 것만 입에 대던 나. 앞으로도 그렇게 살 나한테 그런 성찬이라면 한 입은 먹고 뒤져도 억울하진 않다 이거지. 기회 아닌 기회가 생겼으니까."


"이 새ㄲ 진짜 쥐약 처먹었네."

"먹었다니깐."


"쥐약은 뱉어도 소용이 없어요. 그러니까 기왕 씹은 쥐약은 다 먹어. 다 먹으라고. 그렇게 황홀하게 가는 것도 나쁜 건 아니라고 봐."

"역시 쥐약 선배는 달라."


"그럼요. 이 소리라도 들려줘야 니가 전화한 보람이 있지."

"너는 쥐약보다 더 나쁜 ㅅ끼야."


"쥐약 먹었으니까 위로해 달라는 놈은?"

"쥐약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위로해 달라는 거 아닙니까아."


"그렇게 되면 쥐로 태어난 게 잘못 아니냐."

"고양이 새ㄲ세요?"


"쥐ㅅ끼죠."

"저도요."


"뭐래니"

"찍"


"재미없다. 감동도 없어. 끊어."

"찍찌익?"


"푸하, 새ㄲ 쥐약이 아직 다 몸에 안 퍼졌어."

"몰라."


"너도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알어. 나 끊어야 돼."

"왜."


"쥐약 처먹으러 간다 왜."

"알면서 먹는 쥐약. 이게 또 맛있거든요."


"끊어. 실없다. 술 많이 먹지 말고."

"지는 처먹지도 않는 게.."


"나 먼저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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