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의사는 보호자를 병실 밖으로 부릅니다.

그러나 보호자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by 글짓말
병원은 누군가의 미래이자 과거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보호자는 의사가 어떤 말을 할지 알고 있습니다. 다는 모르고, 자세히도 모릅니다. 그러나 압니다. 사실 알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알고 있었다 보는 게 맞지요. 하지만 내가 아는 것과 의사 선생님이 아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좀 더 사실에 가깝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일까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과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비슷하게 보이지만, 달리 보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보호자는 어쩌면 사실을 인정하게 될 가장 마지막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보호자인 그가 인정하게 되는 순간은 곧 영영 멀어지는 순간의 시작인 것만 같습니다. 이 상황을 숱하게 봐온 그 임에도 상황은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익숙해질 수가 없습니다. 익숙해지고 싶지도 않는 게 사실이고요. 그러나 올 것은 오고야 말았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멈출 수 있다면 멈추고 싶은 순간.


스테이션은 이미 분주합니다. 의국에 있던 레지던트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주치의 선생님은 오프. 휴대폰도 꺼져있습니다. 주치의를 애타게 찾는 인턴 선생의 표정은 다급하고 어둡습니다. 레지던트라고 표정이 밝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은. 같은 병실 환자들이 식사를 해치우고 있는 그 시간부터 의사들의 방문이 이어졌습니다. 혈압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다른 바이탈 사인도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급히 수혈이 필요하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다른 환자들이 식사를 마친 식기를 반납하러 가는 복도는 응급 CT 촬영 행렬이 더해졌습니다. 많은 시선이 행렬을 뒤따릅니다. 걱정과 연민, 그리고 동정까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돌아왔습니다. 정신없을 그 몸에 주렁주렁 기계까지 달았습니다. 전자음은 너무도 낯설고 차갑습니다. 이런 상황이 병원 어디선가 자주 일어나는지 중환자실은 자리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병실로 돌아왔고, 중환자실에 자리가 생기기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잠든 새벽. 의사는 복도로 보호자를 불러내 작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보호자는 환자의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지 않습니다. 살릴 수 있는지, 없는지.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이렇다 저렇다 상태의 말은 보호자에게 머무르지 못하고 흘러갑니다. 듣기에 좋지 않아 보이는 말들만 날아와 가슴을 때립니다. 가슴이 먹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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