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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Oct 02. 2016

소선 대악 대선 비정

'소선小善은 대악大惡과, 대선大善은 비정非情과 닮았다.'


요즘 들어 많이 실감한다. 참 무서운 말이다. 작은 선행은 큰 악이며 큰 선행은 비정하다니.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음에도 수긍이 될만한 말이다. 선행의 크고 작음을 어찌 측량할 수 있겠냐마는. 역시 그럼에도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선善에 담긴 사랑의 정도가, 그것의 크고 작음을 헤아릴 만한 기준이겠다만. 사랑 역시 측량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 그래서 이 사랑이라는 것은 각각의 다양한 형태를 지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각기 다른 기준이 있는 만큼, 그 기준에 맞추어 사랑의 크고 작음을 헤아리는 것은 받는 사람의 몫임을 깨닫기도 한다. 주는 이가 아닌 받는 이의 기준으로 사랑은 측량된다는 것이다. 받는 사람에 의해서 사랑의 종착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진정 사랑이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임을 느낀다.


또 그래서 다양 각색의 사랑을 경험하며 사랑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오롯이 그 사랑을 사랑으로써 받아들임 역시 사랑임을 되새긴다. 우리는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뒤늦게 알고 나서야 받은 만큼 다시 돌려주지 못한 사랑에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그러므로 사랑에 눈이 멀어 사랑이 사랑임을 깨닫지 못한 아픔만큼이나 그 후회도 크다. 그래서 사랑은 어려운 것이며, 세상 사람 누구나 사랑을 노래하고 읊음에도 질리지 않고 새롭다.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할 수 없는 날엔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날을 사랑했음을 깨달을 것이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으니 같은 사랑도 없다. 나만의 사랑을 누렸던 당신을 사랑했고 또 언젠가 미워도 했겠지만, 그 역시 사랑에서 나온 다른 형태의 사랑임을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소망한다. 당신이 나의 다른 형태의 사랑을 받을 날이 길고 길기를. 나 또한 당신이 가진 다른 형태의 사랑을, 당신만의 사랑을 받기를. 더 나아가 오래도록 당신의 그 사랑을 받고 누리기를 원한다. 당신과 내가 주고받은 사랑에 담긴 진심을 서로가 기억하는 한, 사랑은 오래도록 살아있을 것이다. 대악도 비정도 아닌 순수한 사랑의 힘이 그것을 증명할 것이다.


나는 믿는다. 모두가 우리에게 대악과 비정을 보냄에도 묵묵할 것이라는 것을. 그 묵묵함을 뚫고서 오롯이 일어날 것을. 노심초사를 떨쳐버리고는 당당해질 것임을. 마땅히 털고 일어날 것을. 자신 있게 세상으로의 힘차고 곧은 발걸음을 내딛을 것을. 그랬었지 하면서 웃음 지을 것을. 그리고 다시는 아프지 않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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