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말 Oct 09. 2016

소선 대악 대선 비정(2)

닿을 수 없는 일.


믿을 수 없이 짧은 투병기간을 지나 당신은 저만치 혼자서 멀리 떠났다. 주변 사람들에게 깊고도 늦은 후회로 자리 잡으며 말이다. 그동안 무던히 애쓴 사람에게도 후회는 남는다. 손 내밀어 닿을 수 없는 거리만큼이나 과거는 짙고 후회를 낳는다. 기회의 박탈이 주는 안타까움과 좌절감은 더 이상 담아낼 곳이 없어서 넘치고, 넘치는 만큼 나에게 다시 쌓인다.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사랑하지 못한 과거의 순간이 지금에서야 너무도 고통스러운데, 그 사랑이 남들에겐 수고로 받아들여진 것일까. 잠시 힘겨웠던 모습을 보인 것이 그 이유인지 그 잠시 동안 내가 취한 행동 역시 후회로 남는다. 이런 나에게 모든 행동과 시간이 후회로 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스럽다.


영원토록, 혹은 오래도록 누군가를 자세히 기억하고 기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내가 당신을 오래도록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세상 어느 누구라도 당신을 기억하고 있는 한, 당신은 아주 떠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이 너무도 빨리 그리고 너무도 멀게 떠나버리려는 순간에야 당신이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절실하게 깨달은 어리석음을 원망한다.


나는 후회한다. 어떤 행동이 당신에게 좋을까 갈팡질팡했던 시간 동안, 차라리 당신에게 사랑을 표하고 당신을 어루만졌어야 함을. 시간을 들여 당신을 더 보고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았을 것을. 당신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어리석음을. 당신과 충돌했던 시간을. 이 모든 것이 포함된 숱한 과거를.

매거진의 이전글 소선 대악 대선 비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