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말 Dec 06. 2016

소선 대악 대선 비정(6)

그런 날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하나 둘 자연스레 짝을 만나고 결혼함을 알리는 그런 날이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 당신이 생각납니다. 앞으로 살면서 내가 겪을 일에 당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슴 아픕니다. 누구나 어릴 적 엄마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그때의 순수한 다짐이 지금 이런 상황까지 잘 따라왔음을 느낍니다.


최근에는 어느 TV 예능 프로그램이 종영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아주 오래 시간이 지났다고 가정하고서 나이 든 모습으로 서로를 만나며 앞으로의 시간을 좀 더 값지게 보낼 것을 다짐하는 그런 프로그램입니다. 그것을 보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는 늙어갈 것이고, 늙어가는 당신을 볼 수 없다는 사실. 변하는 당신을 볼 수가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당신이 병원에 있었던 어느 저녁. 당신의 배우자와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둘 다 맡은 일에 충실했던지라 피곤했던 저녁으로 기억합니다. 어차피 당신이 없는 집에 가는 길이 유쾌하지마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집에 왔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때 어느 노부부가 뒤이어 탔지요. 그때 저는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황급히 집어넣기 바빴습니다. 그 노부부의 모습을 볼 수 없겠다는 생각. 그리고 그 모습을 부럽다 생각할 수 있는 당신의 배우자가 너무도 안쓰러웠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가끔은 조금 먼 곳에 당신이 있는 것만 같아서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당신과 우리가 멀어진 그 날의 기억이 아직 있음에도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문득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너무도 가슴이 아픕니다. 왜 나는 당신을 배려한다며 이기적으로 굴지 못했던 것일까요. 왜 당신의 다리를 배고 누워 거실에 티브이를 보지 않았던 것일까요. 왜 병실 침대로 나온 당신의 손을 끝끝내 어루만지지 못하고 그저 뜬눈으로 그 손을 바라보기만 했던 걸까요.


이제 곧 둘째 달이 다 되어갑니다. 사람의 기억은 야속하리만치 휘발되는 기분입니다. 그 기억도, 그 각오도 나도 모르는 사이 점점 어디론가 빠져나가는 기분입니다. 어디론가 빠져나가는 것은 알겠는데, 어디에서 빠져나가는지 알 수가 없어서 조바심만 생겨납니다. 빠져나가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기억이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선 대악 대선 비정(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