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말 Dec 25. 2016

싼타보단 마녀

결핍이 낳은 미움

아직도 각종 리더쉽 서적이 범람하고 있단다. '아직도'라는 말을 쓴 이유는 과거에도 그래왔기 때문이지. 하고 많은 서적 중에서 왜 리더쉽인가 생각했다. 우리는 그만큼 리더에 목말라 있구나 하는 결론에 다다랐지. 이 생각은 어쩌면 너무도 슬픈 일이 아닐까 싶다. 이상적 리더를 만나보지 못한 결핍이 이렇게 표현되는 거라는 것 말곤 달리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구나.


네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안타깝지만 그럴싸한 리더를 많이 만나보지 못했단다. 무지한 아비의 생각으로는 한국이 겪은 역사가 그 이유는 아닌지 싶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그렇다 할 목소리를 내보지 못한 수천 년의 역사, 그리고 이 역사 속에서 자리 잡은 어느 억압된 관념이 자꾸만 리더를 불신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는 관념의 탓보다는 그동안 역사에서 만난 리더가 쌓은 업보에 가깝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가까운 역사 속의 리더들이 보여준 모습이란다. 정정당당한 모습으로 리더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을 지는 위인보다는 그 책임을 회피하거나 무책임을 정당화하는 이들이 많았지.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그것을 나중에야 인정하는 리더들도 있었단다.


그래서 국민들은 통치자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단다. 냉엄한 팔로워의 자세지만 좋은 리더가 나타난다면 군말 없이 그 혹은 그녀의 뜻을 따라줄 마음을 굳게 먹은 채로 말야. 그리고 평화적이면서 대규모인 자발적 단체행동으로 그들의 리더를 꼼짝달싹 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는 힘도, 비범함도 갖추고 있단다. 하지만 다른 몇몇의 사람들은 리더에게 다른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의 이상에 발맞추어줄 그런 리더 말이지. 하지만 그건 동행자이지 리더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게 하는구나.


혹시나 아비는 그런 동행자가 미디어에서나 나오는 비현실적인 만능형 리더인 경우가 아닌지, 내 뜻에 따라서 노예처럼 한 몸 불살라줄 조별과제리더 상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단다. 그들은 만물박사 만능 능력자를 원하는 것인지, 더 나아가 어쩌면 우리도 그런 생각을 은연중에 하는 것인지도 고민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만능이라는 마법을 보여주지 못해 마녀가 돼버린 많은 이들을 떠올렸단다.


나는 거대하고 다양한 의견의 '합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런 합치란, 마법 같은 일이지. 사람에게 마법을 기대하고서, 그 사람이 마법을 이루지 못했으니 마법사가 아니라 마녀라고 낙인찍어 학살하는 자는 리더의 경험이 부족한 사람일 수도 있단다. 조별과제조장도 서로 하겠다는 이 하나 없는 어렵고 번거로운 것임을 너도 잘 아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한 사회는 어떨 것이며, 그 사회를 그나마 더 잘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을 힐난하는 이들이 학살할 마녀를 고르는 일이 얼마나 이성적 일지는 또 생각해볼거리로 남겠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먹고 산다는 것의 무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