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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Apr 13. 2017

소선 대악 대선 비정(11)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는 일. 그 누군가를 만나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 일은 꽤나 큰 고통입니다. 사그라들지 못할 것이며 벗어나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겠지요. 뒤돌아보면 이런 고통의 시간마저 무참히 지나있네요. 벌써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시간에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하는 말. 잔인해서 아픈 말입니다. 이런 고통이 익숙해진다면 점점 당신을 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니까요.


사람이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되새기는 것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새길 것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당신에게 더 잘해주지 못했던 순간에 대해서 후회합니다. 예전에는 내가 무엇을 행동하든 후회할 거라 자신했습니다. 나름의 최선이라 그 당시에는 생각했건만 이제와 되새기니 모든 것들이 후회 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이랬으면 혹은 저랬으면 바뀌는 결과는 크지 않았겠으나 그 사소한 바뀜은 그 당시 어떻게 적용되었을지는 모를 일이지요.


내가 과연 바른 목표와 걸음으로 다가가긴 한 것인지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그 자책이 또 성장을 낳을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신을 대한 모든 과거는 그래서 또 아픔이 됩니다. 가만 보면 그 아픔이라는 것이 오직 나의 유일한 감각인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어쩌면 당신은 나에게 고통을 제외한 모든 것이었다는 겁니다.


나의 생에서 당신이 떠나가고 난 후. 내게 남은 것은 고통뿐이기 때문입니다. 고통이 시간에게 등 떠밀려 사라질 것이라면, 그때의 나에게는 어떤 것이 남아 있을까요. 어떤 것이 남아있든, 혹은 찾아오든 당신의 존재를 가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당신의 빈자리는 어떻게든 채워지고 있지만, 채워지지 않기를 소망하고 그 채워지지 않은 결핍에 익숙해지지 않기 역시 바라고 있습니다.


갈증이 물을 일깨워주듯이 그렇게 사라지지 않을 당신을 위해서라도 저는 조금 목마르렵니다. 그래도 잘 지내겠습니다. 그게 당신이 더 바라는 바일 테니까요. 이렇게 하자 혹은 저렇게 하자의 약속보다는 그랬었지 저랬었지 추억하는 것이 전부인 당신은 여전한 아픔임과 동시에 좋은 기억입니다. 곱게 잘 간직하고 품겠습니다. 


무엇이든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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