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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Jan 27. 2024

프롤로그 - 당신의 연봉이 2배가 될 수 있다면?

이직의 기회는 언제나 갑자기 찾아온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지 6개월 차.


이제 업무에 서서히 적응하고,

또 한편으로 서서히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일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매니저는 생각보다 더 toxic 했고, 업무는 점점 더 tight 해졌다.


게다가 갑자기 불어온 Layoff 바람.


같이 일하던 동료 2명이 회사 실적을 이유로 잘리게 되고,

자연스레 그들의 업무까지 맡게 되면서 더 정신없어진 상황.


게다가 회사의 실적 악화로 당해 연봉은 동결, bonus도 30% 삭감되는 상황이었다.


미국에 올 때, 이미 각오하고 왔건만

미국 생활비 물가는 생각보다 더 지독하게 비쌌고,

나는 이미 매달 마이너스 나고 있는 통장 잔고를 메꾸기 위해, 한국에서 돈을 송금해야 했다.


막연히 기대하던 미국생활과, 실제와의 괴리가 점점 멀어지는 와중에,

(누군가는 이를 미국 생활 허니문 기간이 끝났다고 표현했다)

나의 LinkedIn 계정으로 온 연락 하나.

이 연락으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게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미국에 도착하고 나서, LinkedIn 계정을 미국 거주로 바꾸고 나서,

한 달에 한 번씩은 여러 회사들에게서 연락이 오곤 했다.


"너의 커리어가 마음에 드는데 우리 회사에 지원해 보지 않을래?"


그때마다 나는 최대한 공손한 어투로, 하지만 미래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답변을 보냈다.


"나는 이제 막 Q사에 입사했어요. 지금은 이 회사에 적응 중이므로 어렵지만, 나중에 다시 좋은 기회가 있으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요"


번번이 거절했던 이유는,

그 회사들이 현재 회사보다 좋은 회사들도 아니었을뿐더러,

이제 막 미국 생활을 시작한 마당에, 지금 당장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 자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뭔가 달랐다.

위에서 말한 대로 Layoff가 지나간 곳에서, 매니저와의 갈등, 계속되는 금전적 압박, 과도한 업무의 스트레스에 일종의 '현타'를 느꼈던 나는,


뭐에 홀린 듯이, 나에게 온 LinkedIn message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Job Description에 명시된 내용도 나와 일치하고,

심지어 예상 base salary도 지금 현재 받는 수준보다 훨씬 높고,

무엇보다도 내가 먼저 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들이 먼저 제안해 온 인터뷰 기회.

게다가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해온 'A'사는 그냥저냥 한 기업이 아니라,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내가 근무하고 있는 Q사만큼이나 저명한 기업이 아니던가?


여하튼 그렇게 먼저 HR과 통화를 하기로 했다.

나에게 전화를 HR은 신이 나서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었다.

너의 fit이 지금 매우 잘 맞는 것 같고, 너의 이런 이런 실적이 우리 팀에 매우 도움이 될 거기 때문에,

우리 팀으로 오면 매우 좋을 것이라고.

(아마도 내가 채용이 되어야 본인의 실적이 인정되기 때문이겠지)


그러면서 채용이 되면 받게 될 여러 혜택들, base salary부터 주식, 보너스까지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또, HR이 제안한 직급은, 지금 직급보다 2단계나 높은 senior staff engineer 자리였다.


(보통의 미국 엔지니어 체계는 이러하다.

Engineer -> Senior Engineer -> Staff Engineer -> Senior Staff Engineer -> Principal Engineer)


그러니까 한마디로, 갑자기 내가 이 회사로 이직하게 된다면,

직급도 2단계나 높아지고, 연봉도 거의 2배 수준으로 높아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우선, 내가 다녔던 회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서 반도체 1위 하는 기업인 S전자였고,

대한민국에서 S전자에서 다른 곳으로 이직할 만한 곳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이직을 한다 하더라도, 비슷한 수준이나, 조금 더 높은 연차를 인정받는 정도이지,

직급 자체를 드라마틱하게 바꾸거나 연봉 수준 자체를 크게 바꾸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곳은 달랐다.

우선 미국에는 유명한 반도체 회사들이 매우 많을뿐더러,

고용 시장도 매우 탄력적이기 때문에, 언제든 상시 채용으로 필요한 인력들을 채용한다.


많은 Layoff가 자행되곤 하지만, 그만큼 또 많은 인력들을 채용하기도 하며,

특히, 이직을 통한 career 에스컬레이션에 대한 스토리, 일종의 무용담은 정말 많이 퍼져있다.


예를 들면,

Q사의 어떤 잘 나가는 Principal engineer가 작년에 G사로 입사했다가,

1년 만에 다시 돌아왔는데, 그 윗 윗 단계인 senior Director가 되어 돌아왔다거나,


Q사의 VP로 근무하면서, 일부러 S사의 SVP로 지원하여 offer를 받아놓고,

Q사에 SVP를 요구하는 counter offer를 제시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높였다는 등


잘 나가는 사람들의 잘 나가는 이야기들은 이미 돌고 돌아 나에게도 익숙한 이야기 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가?

그냥 그저 그런 일개 엔지니어일 뿐이었다.

박사 졸업 후 관성에 이끌려 S전자에서 일을 하다가, 우연히 얻게 된 기회로 Q사에서 근무.

Q사로 입사하면서 오히려 직급은 한 단계 낮아졌지만,

미국에서의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냥저냥 묵묵히 일하고 있는,

그렇다고 딱히 잘 나가는 엔지니어도, 못난 엔지니어도 아닌 평범한 일개 엔지니어.


그런 나에게 갑자기,

연봉과 직급을 올려서 이직할 수 있는 이런 꿈 같은 기회가 온다는 것은

정말로 말도, 상상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쨌든, 나는 정말 뭐에 홀린 듯이 그냥 한번 진행해 보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미국 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생활에 원대한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갑자기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그냥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미국에 있지 않은가?


어차피 이직 생각은 1도 없었고,

아직 영주권은 있지도 않기 때문에 신분은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그냥 만에 하나 정말로 되면 좋은 거고, 안되면 마는 거니까.

나에게 아무런 불이익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정말이지 그때는 그렇게 정말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선택이었는지는.....

그때는 정말로 알지 못했다.........


(프롤로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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