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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Feb 02. 2024

이직 결심의 이유는 심신미약입니다

대규모 Layoff 이후 벌어진 일들

미국에서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사실 나에게 큰 이벤트가 있던 건 아니었다.

한 번씩 매니저로부터 지적 아닌 지적을 받는다거나,

주변 동료, 상사와의 영어 communication에서 어려움을 겪어서 조금 위축되었던 것 말고는

평탄한 하루하루였다.


입사 당시 생각했던 일과 점점 멀어지게 되고,

결국에는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서 적응하기 힘들 때에도,

업무의 특성상 쫓기듯 일을 하고,

인도 친구들과의 일 때문에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할 때에도 스트레스는 쌓여갔지만 그저 그런가 싶었다.


갑작스러운 CEO의 대규모 Layoff 발표 소식에도,

나는 설마, 그 대상이 나겠어?라는 생각으로 무덤덤했고,

실제로도 나는 그 대상이 아니었기에 별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나와 같이 일하던 두 친구의 Layoff를 눈앞에서 목격하면서,

나는 정말로 허탈함과 무서움을 느꼈다.


이런 게 미국 회사 생활인 건가?

나도 그들처럼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거구나.


그랬다.

지금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이 그 시점, 대규모 Layoff 시점 이후에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들이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벌어진 Layoff는 모든 나의 예상을 빗겨나갔었다.


나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영향받지 않겠지 ->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했던 다른 친구는 영향받음

나는 VISA 문제가 있으니 아무래도 좀 봐주지 않을까 -> VISA 문제 있는 다른 친구는 영향받음

나는 연봉을 낮은 편이니까 괜찮을 거야 -> 나보다 더 연봉 낮은 아래 직급 친구들이 영향받음


그리고 더 무서운 사실은, 정말 Layoff가 마지막일까? 하는 불안감이었다.

갑자기 미국에 오고나서부터, 새로운 분야를 맡아서 하게 되었는데,

그들이 사라지고 나서부터, 이 팀에서 가장 무능하고, 경험 없는 엔지니어는 이제 내가 되어버린 것이다.

Next Layoff가 존재한다면, 누가 생각해도 그 대상은 나일 수밖에 없어 보였다.


Layoff가 나에게 남긴 것은 멘탈적인 부분만은 아니었다.

실제 업무상에서도 나는 더 정신없어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그들이 해오던, 소위 말하는 잡일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고,

그들에게서 어떤 인수인계도 받지 못한 채, 나는 그 일들에 익숙해져가야만 했다.


매일같이 저녁 늦게 퇴근하고, 퇴근 후에 인도 팀원들과 새벽까지 일을 해야 하는 삶.


그것이 미국에서의 실제 내가 겪게 된 미국 회사 생활의 실체였다.




그렇게, 일종의 '현자 타임'을 겪고 있는 와중에,

나의 '현타'에 불을 붙인 것은 바로 실제적인 문제인 '생활비'였다.

이미 미국 오기 전부터 대략적인 생활비를 파악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한동안은 어쩔 수 없는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미국 생활에 도전해보고 싶었던 나는,

예상보다 더 많이 소요되는 생활비와, 그로 인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나의 비어 가는 잔고를 보고서는

정말로 막연하고 답답했다.


막연하게 멋있을 줄만 알았던 미국 회사에서의 삶은 오히려 밤낮 없는 근무와 언어 소통의 문제로

스트레스만 쌓였고, 절대적인 연봉은 올랐지만, 실제로는 계속해서 마이너스인 상황은 스트레스를 계속해서 증폭시키기 충분했다.


게다가 회사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연봉 동결에 보너스 삭감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매니저와 고과 평가 시에 매니저에게 들은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너의 이전 삼성 경력 등은 여기서 따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네가 여기서 어떻게 실적을 내는가에 따라, 승진까지 최소 6년 정도가 걸릴 거야"


물론 내가 잘하면 상관없는 문제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내가 원했던 내 전문 분야도 아닌 업무와 layoff로 인해 갑자기 무너진 워라벨, 계속되는 적자 속에서 나는 그냥 이 상황 자체가 싫었던 것 같다.


그러던 와중에, LinkedIn에서 아주 매력적인 Job Posting을 보게 되었다.

바로, 무려 'G사'에서 내 업과 비슷한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게 아닌가?


그래서 정말 '그냥 한번 지원'해 보았다.

이직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만약 좋은 조건으로 이직할 수 있다면, 그래서 지금 스트레스받고 있는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랬다,

나의 첫 이직에 대한 일탈은, 그야말로 금전적, 멘탈적, 육체적으로 미약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G사에선 그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심지어 "지원해 줘서 고맙습니다만 너는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습니다."라는 

단순 매크로 성 메일조차도 말이다.


그러나 나 역시, 이직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G사에서 메일이 오지 않은 것에 그렇게 크게 낙담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역시 G사군. 도도해' 정도의 마음가짐이었달까.


나중에 어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실제로 G사 채용의 경우, 하루에도 수백 건의 지원자가 있기 때문에, official 지원을 통해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팀 멤버의 referral을 통해 사람을 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럴 거면 대체 왜 지원을 받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니까 G구나 싶기도 했다.


여하튼.


사실, 구글을 지원할 때에, 나는 하나의 job opening을 더 알고 있었다.

바로 A의 job opening이었다.

그들 역시, 지금 내가 일하는 분야와 거의 비슷한 분야의 전문가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G사에는 지원했지만, A사에는 지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정말로 진지하게 이직할 생각이 없었고,

왠지 모를 건방진 소리이지만,

A에 지원했다가는, 정말로 interview를 보자고 연락이 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A에서 뽑고자 하는 job의 description이 나의 career와 잘 맞았다.


그리고, 정말로 놀랍게도, 무슨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확히 그, A사의 job opening을 확인했던 날 밤에,

HR로부터 한통의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너 혹시 이 포지션에 지원할 생각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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