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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Mar 07. 2024

이직이 힘든 이유

이직 시 견뎌야 할 기약 없는 기다림

이직을 해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이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말이다.


단순히 새로운 회사와 면접을 하고, 오퍼를 받는 것만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마치 우리가 거주할 집을 이사할 때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것처럼,

하루의 절반 이상을 소요하는 직장을 새롭게 이전한다는 것은, 

자체로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내가 생각한 이직이 힘든 이유는 바로 기약 없는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이직의 시작은 내가 결정할 수 있지만, 그 마지막은 나를 원하는 회사로부터 결정된다.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남의 손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어려운 일인데,

그 결정되는 시점이 언제인지 모른 채 하염없이 기다린다는 것은,

정말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쉬운 일이다.


미국에서, 특히 신분이 보장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 입장에서의 이직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는 사람이 이직하기 위해서는

이직 시에 비자 스폰서, 즉 고용주 변경 및 비자 이전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 기다리는 시간이 오퍼레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기약이 없는 일이다.

오퍼가 손에 있음에도, 이직을 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어야 하니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게다가 미국이란 곳의 고용시장은 어떠한가. 언제든지 고용 계약을 취소할 있는 곳이다.

비자 진행 상황이 너무 길어진다고 고용주가 고용을 취소해 버리면, 

그야말로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다.


나 역시 영주권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끝없는 기다림을 인내해야 했다. 

하루하루 피 말리는 느낌.


인터뷰를 기다리는 시간보다 오퍼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힘들었고,

오퍼를 기다리는 시간보다 비자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힘들었던 이유는 아마도, 

실제로 일이 점점 더 구체화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날도, 하염없이 비자 승인을 기다리는 어느 평범한 날이었다.

나는 습관처럼 링크드인에 들어갔었고 내 면접을 진행했던 HR이 올린 포스팅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내가 지원해서 오퍼까지 받은 그 포지션에 대한 공고를 HR이 다시 올린 것이 아닌가?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해당 공고는 사라진 줄 알았는데.... 뭐지?

회사에서 나를 더 기다리지 못하고 새로운 인력을 뽑는 것인가? 

나의 포지션은 취소된 것인가?

그렇다면 왜 나에게 말을 해주지 않았지?

아니면,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을 추가로 채용하는 것인가?'


그렇게 복잡한 심경으로, HR에게 확인차 메일을 보냈다.

"나 이제 비자 제출을 끝내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어. 예상한 대로 승인이 된다면, 

예정된 입사일에 문제없이 입사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사이에 혹시 내가 더 해야 할 일이 있거나 하면 알려줘."


내가 너의 링크드인 포스팅을 보고 불안해져서 확인 메일을 보내는 거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그저 안부인사인 듯, 하지만 나의 오퍼는 여전히 문제없는 것임을 확인하기 위한 메일이었다.

그리고 HR은 이렇게 답장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야! 어서 네가 비자 업무를 마치고 예정된 일자에 문제없이 입사하길 바래!"


소심하게나마 나의 오퍼가 취소되지 않았음을 확인했지만,

그 짧은 순간 동안 내가 느꼈던 수만 가지 생각들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스트레스였다.




이직과정에서의 이 기약 없는 기다림이 힘든 또 다른 이유를 말하라면,

어쨌든 퇴사하기 전까지는, 직장 소속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직하는 퇴사자들이 그렇겠지만, 보통은 퇴사를 앞두더라도 일을 허투루 하지 않는다.

퇴사를 하기 때문에 일을 대충 한다는 인상으로 회사를 마무리하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결국 동종 업계에서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좋은 인상과 마무리로 퇴사를 하고 싶은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퇴사 전까지의 기다림의 시간은 참으로 애매한 시간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열심히 하지 않기도 뭐 하지만, 그렇다고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하는 것도 애매하다.

특히, 이 기간에 상사가 새로운 일이라도 맡긴다고 생각해 보라. 

퇴사 전까지 이를 어디까지 마무리해야 할지도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그리고 행여나, 퇴사 사실을 회사에 알리기 전에 그 사실을 누군가가 알게 된다면, 그 고통은 배가 된다.

소문은 소문을 타고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되고,

내 입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된 나의 신상 변화를,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듣는 고통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누군가는 별 의미 없이, 누군가는 시샘과 질투를 담아서, 누군가는 그저 떠들기 용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퍼 나르고 즐기는 동안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하염없이 이 기다림의 시간이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이직 기간의 기다림이 이토록 힘들고 지치는 이유인 것이다.

 



어찌 되었건,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시작한 불확실한 과정이었기에 온전히 책임도 내가 져야 했다.


그러나, 그때는 잘 알지 못했다. 

이직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가 아직 하나 더 남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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