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원 상담 후 소회...
최근 늘어난 영어 회의와, 영어 메일 덕분에
나는 진심으로 영어를 더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내가 근무하는 건물에 어학원이 있는 것을 발견하여,
별 생각없이 상담을 받기 위해 전화 후 방문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담은 근래 나눈 대화 중 가장 최악이었고,
나를 상담해준 사람의 태도는 요 근래 만난 그 어떤 '을' 보다도 기만적이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럼에도, 나는 진지하게 이 어학원을 등록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권위적인 말투나 표정을 배제하고 상담내용을 대충 요약하자면 이랬다.
- 강사는 너의 의사와 상관 없이 우리가 배정할 것이다
- 우리 강사는 모두 삼성에 출강할 만큼 훌륭한 사람들이다. 의심하지 마라
- Trial은 없고, 해보고 싶으면 가장 짧은 코스인 12회 코스를 끊어라 (1회 6만원)
- 커리큘럼은 강사들이 알아서 너에게 맞는 최고의 코스를 제공할 것이다.
- 이후 진행하고 싶으면 선입금 부터 내라
1회당 비용도 비쌌지만... 내가 이사람들을 어떻게 믿고 이 비용을 지불할 것이며,
괜한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삼성전자 출강을 강조하며
"너가 감히 삼성전자에 출강하는 우리 강사들을 의심해?" 같은 느낌이 좀 별로였다.
아니면 그냥 내가 삼성전자 퇴사한 입장에서 그런 이상한 삼성 부심이 꼴사나웠을 수도 있고..
여튼 상담은 그다지도 별로였지만, 내가 그래도 하고 싶었던 이유는..
- 상담사만 개판이지 강사들은 그래도 좋지 않을까?
- 비싸긴 하지만 1:1로 1시간동안 영어 수업이라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 실제로 나는 지금 내 영어 실력 향상이 매우 급하고....
- 가장 중요한건 학원 위치가 바로 내가 일하는 건물이라는 점..
이었다.
고객으로 하여금, 그럼에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힘을 갖는다는건 판매자 입장에서 너무나도 강력한 것이다.
카카오톡이 아무리 거지같은 메신저라도,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은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그럼에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건, 그 고객으로 하여금 그 제품에 대체 불가능한 매력 포인트를 제공해야 할 것이고, 이것은 바꿔 말하면, 일반인들 -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이나 직장인인 나에게도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학벌이 낮고, 전문 지식이 없는 나를 어떻게 하면 회사가 채용하도록 설득할 것인가.
영어가 부족하고, 경험도 아직 적은 나 같은 초보 엔지니어를,
어떻게 하면 그들(회사와 나의 매니저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일하길 원하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그들이 나를 'promotion'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만들 것인가.
워렌 버핏이 말했던 경제적 해자가 있는 기업이 되자.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으로 나만의 해자를 만들어야, 살아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