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 시편

브런치 북 '아름다움으로 인한 영혼의 힐링' -25

by 담온

아름다움에 대한 감상으로 창작한 예시.


[겨울의 속삭임]


겨울

내딛는 발걸음에 맞추어

한숨을 내쉰다.

아직 느낄 힘이 존재하고

잘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한다.


한발 한발 겨울을 느낀다.

겨울의 아름다움을..

감정의 변화를..


고요히 내리는 눈처럼

들떴던 것들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피부에 와 닿는 차가운 온도는

나를 깨어나게 한다.



내 안의 화자가 깨어나고

말하고 싶은 것들을 속삭인다.


그 속삭임을

여유가 있을 때는 적어 내리고..

여유가 없을 때에는 그냥 담아 둔다.

나중에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간직했던 느낌은 불러내질 수 있다.

다른 말. 같은 느낌.



겨울의 칼바람마저 사랑하는 건

내 안의 기억들을 살아나게 하고

내 관심을 세상으로 퍼지게 하기 때문.

세상에 갖는 느낌이

나에게 돌아와 이야기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겨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냉정하도록 맑은 이 겨울을 참 좋아한다.



[저녁이 내리기 시작할 때의 까페]


어스름하게 해 가져 가자 카페에 켜진 불빛들이 눈에 들어온다.

전에는 불빛의 존재를 크게 의식하지 못했는데,

어스름이 깔리자 불빛의 존재를 크게 의식하게 된다.


잠시 쉬면서 바라보는 조명들이 내게 노래를 해준다.

밝고, 낯설게.

그래서 신비롭고, 신선하게...


조명이 비치는 풀과 나무들의 빛도 유심하게 바라본다.

빛나는 것은 아름답지만, 그 아래 길게 늘어진 그림자도 아름답다.


대비되어 눈에 들어오는 것을 크게 인식한다.

인식하지 못할 때에도 그들은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들만의 시간에 아름다움을 더욱 드러낸다.


삶에서의 기회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기도 이렇게 찾아오겠지..

다른 것과 대비되어 또렷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것은 없었던 것들이 아니다.

가꿔지고 준비되었기에 조명이 스칠 때 빛나 보였던 것.


아름다움이 눈에 띌 때 감상하는 것은, 즐거움과 경이를 가져다주지만

부각되기 전에도 아름다움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드러나지 않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사하는 능력 또한 삶에서 가져야 할 미덕.


시드니 저녁 풍경.png




[겨울 기억]


차가워진 온도.

서릿한 온도가 몸에 닿을 때, 어디선가 경험했을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은 추위와 대비되는 커피의 따스함을 느끼며 창밖을 보고 있지만

그때는 추위에 떨며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당시.

추위는 죽음을 뜻했다.

뼛속까지 시리게 서미는 냉정한 차가움은

버티다 버티다 버틸 수 없게 만들었다.

누가, 이 지구를 이 별을 아름답다고 했을까...

아름다움은 없는 것 같아..

삶과 죽음이 있을 뿐이었다.


그때 누군가 내게 손난로를 쥐어주고 갔다.

몸의 일부만 손난로에 닿았지만,

온몸에 온기가 퍼지며 녹는 것 같았다.

아주 짧은 순간 행복했다.

이 온기가 오래가길, 몸 전체에 퍼지길 바랬다.


하지만 이 손난로 하나로 찬 겨울밤을 버티기엔 부족했다.

찬찬히 눈은 내리기 시작하고,

눈을 피해 남의 집 처마 밑에 쭈그리고 앉았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하늘을 하염없이 올려다보았을 뿐이다.

그 와중에 찬찬히, 차분하게 내려오는 눈이 참 예뻤다.


이렇게 잠들 것 같았지만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것을 보았다.

그것은 이 삶 전체.

이 겨울은 슬프면서 아름다운 것.

무자비함 속에 깃들여있는 자연의 섭리와 아름다움은

나를 반항하지 못하게 하고, 나를 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때에 비해 많이 행복한 지금의 겨울에는

차가움과 대비되는 것의 아름다움을 선명히 느낀다.

그 당시의 경험으로 못 보던 것을 더욱 잘 알아본다.

그리고, 어디선가 추위에 떨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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