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넓은 광장.
건조한 바람이 부는 선선한 날씨.
가로등 하나가 외롭게, 하지만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대리석 조각으로 이루어진 바닥은 이전의 영광스러운 기억을 가졌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쳤을, 과거의 축제 때는 맥주잔을 들었을 이 광장은.
기억을 묻고 고요해졌다.
고요함 속에서 들려오는 내 발걸음 소리만이
가로등 아래의 그림자가 되어 나를 따라온다.
홀로, 그러나 홀로가 아닌 나와 텅 빈 공간.
이러저러한 내가 나타나게 된 가장 내밀한 나와 닮았다.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공하나 허무하지 않다.
익숙한 평온함으로 나를 이끌고, 그 속에서 머문다.
나 또한 그러했다고, 그 장면에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