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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온 Jun 07. 2019

아름다움을 깊게 느낄 때.

탐미주의.

우리는 종종, 아니 꽤 자주 아름다운 것을 찾는다. 아름다운 공간,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얻는다.


특히,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 탐미가 심해질 때는 몸이 지쳐서 휴식을 원하는 시기일 때거나, 지쳤던 몸이 거의 회복되어 갈 때이다.


몸이 매우 힘들 때 심미안인 사람들은 외부 사물의 아름다움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나 같은 경우 평상시에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상하고 즐기며 사유한 것을 글로 쓴다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거나 과도한 업무로 지쳐서 집중하기 어려울 때는 그냥 지나쳤던 풍경도 자세히 감상하고, 아름다움을 찾아내어 감동을 받는다.


단독 주택이 많은 우리 동네를 걸으며 지붕이나 창가를 유심히 바라보면 아름다움이 보이고, 그 아름다움이 내게 힘을 전해준다. 사물의 선 하나, 난간의 공간에도 아름다움이 서려있으며, 자세히 바라보면 그것은 내 안에 자리하게 된다. 사물의 에너지를 내가 당겨오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때로는 슬픔이 아름다움을 더욱 깊게 느끼게 해 준다. 애잔한 감정을 가질 때 창 밖 풍경을 바라보면 가로등 불 빛에서도 애잔함이 번져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꽤 오랫동안 아름답게 번져나가, 애잔함이라는 감정에 낭만을 덧입히고 감정과 풍경을 깊이 음미하게 해 준다. 느리게 보기를 재생한 것처럼 서울의 야경이, 모든 불빛이,  한눈에 오랫동안 들어온다. 실제 본 시간보다 오래 본 것 같은 느낌으로 한참 머문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누가 애잔함을 부정적이기만 감정이라 하는가...

뼈저리게 느껴지는 이 깊은 감정은, 기쁨만으로는 맛볼 수 없다. 이 정도의 깊이까지 내려올 수 없다. 고요한 상태와 마찬가지로, 슬픔도, 그리움도 낭만적인 글을 쓰게 해 준다. 감상과 감정과 사유를 즐기는 자에게, 애잔함과 그리움은 느끼기 싫은 감정이 아니다. 애잔하게 바라는 것. 그리워하는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기에, 간혹 찾아오는 이 감정을 즐긴다.


그리하여 종종 과거, 현재, 미래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지켜본다. 기억에서 지워지는 것이 아깝다 생각되는 과거를,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미래에 누리고 싶은 아름다움을.. 이렇게, 난 모든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다.  애잔함 끝에 맞닿은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이, 애잔할 때마다 아름다움을 더욱 깊게 느끼게 해 준다. 이렇게 탐미주의는 내 뿌리 깊은 곳에서 시작되었다.


서울의 야경


<서울의 밤비>

비가 맺힌 창문


비가 내리는 서울도 좋다.


화려한 길가의 불빛들이

창가에 맺힌 물방울에 비춰 보일 때

아련히 번져나가며

주르륵 흘러내릴 때

풍경도, 도심도, 기억도, 내 마음도

그렇게 흘러내린다. 


한참을 그렇게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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