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비

새해아침, 나비란의 선물

by 담우

새해 첫날 아침.
아직 밤의 온기가 방 안에 남아 있을 무렵,
눈을 뜨자 믿기 어려운 장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겨울의 공기를 가르며
순백의 무엇인가가 천천히 허공을 떠다니고 있었다.
날갯짓처럼 보였고,
빛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 계절에,
이 방 안에,
나비라니.


나는 한동안 숨을 죽였다.
혹시라도 이 환상이
내 숨결에 흩어질까 봐.
새해의 첫 장면이
이토록 기이하고도 아름답다는 사실이
가슴 깊은 곳을 뜨겁게 흔들었다.


행운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설명할 수 없을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징조라 부른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사진을 남기면서도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이 한 해를 축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침 햇살이 방 안으로 스며들자
그 나비는 더 이상 날지 않았다.
날개를 접은 채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나는 웃음 섞인 놀라움 속에서
진실을 마주했다.


그것은
나비가 아니었다.


내 책상 한켠에서
묵묵히 겨울을 견뎌오던
‘나비란’의 꽃이었다.
이름처럼 나비를 닮은
하얀 꽃 한 송이가
새해 첫날, 새벽을 건너
조용히 피어 있었던 것이다.


밖에서 날아온 기적이 아니라
내 곁에 있던 생명이
끝내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 사실이
처음의 환상보다
훨씬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 혹독한 겨울을
이 작은 식물은
어떻게 건너왔을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누가 기대하지 않아도
자기만의 속도로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행운이란
밖에서 우연히 들이닥치는 사건이 아니라,
자리를 지킨 시간 끝에
스스로 피워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비처럼 보였던 순간은
사실
꽃이 세상에 내민
가장 조용한 선언이었다.
“나는 여기까지 왔다”는.


새해 첫날,
나는 어떤 다짐도 크게 하지 않았다.
다만 이 작은 꽃 앞에서
한 가지 마음을 품었다.


흔들리더라도
제자리를 떠나지 말 것.
조건이 아니라
시간을 견딜 것.
봄을 서두르지 말고
피어야 할 때를 믿을 것.


나비처럼 날지 않아도 괜찮다.
꽃처럼
묵묵히 피어나는 삶이라면.


오늘 아침
내 책상 위에서
하얗게 잠든 이 꽃을
나는
2026년의 첫 문장으로 남긴다.



에필로그


나비가 날아온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이미
봄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꽃이 나비로 보였음을
이제야 알겠다.


행운은 멀리 있지 않았다.
오늘 아침,
내 곁에서
조용히 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