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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소 Jul 24. 2018

[파키스탄]2018년 훈자- #3. 학교와 교복

타인의 학교를 방문하는 것은 즐겁다.


훈자-카리마바드에는 아이들도 많고 학교도 많다.

학교별로 교복도 달라서 하교시간에 거리로 나가면 다양한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뒤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 처음 훈자에 왔을 때 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이 교복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해서, 훈자의 어린 아이들은 모두 비슷한 색깔과' 비슷한 패턴의 옷을 입는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이 교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길기트에서 훈자로 오는길에 만난 한 아주머니덕분이다. 이 아주머니는 내가 파키스탄에서 만난 그 누구보다 영어를 잘했으며 차분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미니벤의 옆자리에 앉게된 아주머니와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하다가 훈자에 도착해 같이 짜이를 마시게 되었다. 아주머니의 이름은 '굴 아프탑' 훈자 지역에서 가장 좋은 학교중 하나인 DJ스쿨(알티트)의 교장 선생님이자 영어선생님 이었다. 굴 선생님은 훈자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거나, 학교를 구경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하라며 연락처를 알려 주었고, 나는 2일후 선생님과 약속을 하고 알티트의 DJ스쿨을 방문했다. 굴 선생님을 따라 전교의 교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과 선생님들과 인사를 하는데, 코끼리 바지 하나 달랑입고 어린 학생들 앞에 서는 기분이 얼마나 창피했을지는 아무도 모를 꺼다.

DJ학교는 무슬림학교에 대한 나의 편협한 인식을 단번에 깨버린 학교였다. 학교는 다체로운 색으로 채워져 있었다. 아이들은 활기찼고, 학교에는 여러 방과후 활동과 동아리 활동도 있었다.

알티트의 DJ스쿨을 다녀와서 나는 초록색 옷이 이 학교의 교복임을 알았다.

2.훈자에서 4일 째 되던 날. 머무르던 게스트하우스를 제로포인트에서 재팬촉 근처로 옮기려고 게스트 하우스 예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언덕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3명의 여자가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도 손을 흔들고 가던 길을 가려 하는데 좌우로 흔들리고 있던 손이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다. 근 3년 동안 생긴 버릇이다. 나는 누가 부르면 바로 부름에 응한다. 3명의 여성은 언덕에서 풀을 베고 있었다. 소와 염소에게 줄 먹이라고 한다. 3명의 여성 중 한 여성은 훈자의 공립여자학교의 선생님 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누자라트로 그녀는 내일부터 3일간 있을 학교 운동회에 나를 초대했다. 그녀는 최근 이슬라마바드에 다녀왔는데, 승진심사를 위한 서류를 제출하고 왔다고 한다. 내가만난 그 누구보다도 훈자에서 말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는, 한밤중에 나를 불러내어 자신의 6살난 딸 옆에 나를 앉히고선 나와 딸의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렸다. 그리고 1시간동안 파키스탄 공교육의 문제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렇게 나는 공립여자학교의 교복이 하얀색 옷이라는 것을 알았다.

3.훈자에서 10일쯤 되던 날 아무생각 없이 길을 걷다가 길을 잃었다. 카리마바드는 작은 동네이니 무작정 걷다보면 익숙한 길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길을 걸었다. 그런데 나는 더욱 심각하게 길을 잃었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할아버지에게 길을 잃었으니 저에게 발티포트(카리마바드 중심에 있는 성- 40년전 까지 훈자의 왕이 살았었다.) 로 가는 길을 알려 주세요. 라고 어필했으나 할아버지는 어째서인지 내가 배가 고프다고 생각하셨나보다. 나는 할아버지 집에서 할머니와 4살난 손자와 함께 짜이와 피타(훈자 전통 빵)을 먹고 다시 어디인지 모르는 길로 나왔다. 아직 해가 질 시간은 멀었고, 그냥 다시 무작정 걷기 시작한 나의 구원 줄이 되어 준 것이 바로 훈자의 하세가와 스쿨의 선생님인 샴시였다. 하세가와 스쿨은 일본의 산악인 하세가와 쯔네오가 훈자를 감싸고 있는 울타르 빙하 등반을 하다 사고로 숨지자 그의 유지를 이어 부인이 훈자에 설립한 학교다. 훈자에서는 '일본인 학교'라고도 부른다. 원래 작은 학교였던 하세가와 스쿨은 하세가와 부인의 지원으로 이제 컴퓨터실, 실험실, 도서관까지 갖춘 학교로 탈바꿈 했다. 하세가와 학교에서는 우르두 어를 제외하고는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가르친다고 했다. 샴시도 만날겸 하세가와 스쿨을 방문해서 나는 베이지색 체크 옷이 이곳의 교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4.훈자에서 1달쯤 되던 날, 나는 게스트 하우스의 정원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매일 아침 10시부터 3시 까지 나는 (거의)언제나 정원 벤치에 있었다.  누워서 책을 읽던, 잠을 자던 어쨌든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입구가 시끄러워 뒤를 돌아보니 6명의 소녀가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오지 못하고 그 앞을 서성이며 웅성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누구 찾아 왔어요?" 그날은 책을 읽기도 싫고 잠도 오지 않아 마침 무료하던 참이라 소녀들에게 말을 걸었다. 소녀들은 이곳의 매니저를 찾았고, 나는 매니저를 불러 주었다. 소녀들은 길기트에서 만난 브라질에서 온 마리아와 루이스부부를 만나기 위해 온 것이었다. 부부에게 발티트 포트 구경을 시켜주기로 했다는 소녀들은 부부를 기다리는 동안 내 앞에 앉아도 되냐고 물었다. 소녀들은 내가 있던 게스트하우스 옆에 있는 아가칸 여자 학교의 학생들 이었다. 훈자, 길기트 등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소녀들은 재팬촉 근처의 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소녀들에게 40분에 걸쳐서 훈자의 역사와 파키스탄의 교육 시스템에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파키스탄에는 두가지 공식 언어가 있다. 파키스탄의 국어(national language)는 우르두어이지만 파키스탄의 공식어(official language)는 영어다. 대부분의 사립학교는 우르두어 수업을 제외하고는 전부 영어로 수업을 한다고 했다. 이 소녀들은 나를 자신들의 학교에 초대했고, 나는 학교에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내가 그 학교에 방문 한 것은 알리아바드에서 만난 에럼이라는 소녀의 초대를 받고 나서다. 아무튼 나는 이제 푸른빛의 교복이 아가칸 여자학교의 교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5.내가 훈자에서 가장 좋아하는 산책길은 카리마바드의 차도가 아닌 경사를 가로질러 나있는 민가를 사이의 골목길이고,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길은 카리마바드에서 알리아바드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대부분 알리아바드까지 가지 않고 하이데라바드까지 가면 지쳐서 돌아오게 된다. 카리마바드와 하이데라바드의 경계가 되는 집은 훈자지역 학교 장학사중 한명인 미스터 칸의 집이다. 내가 미스터 칸의 집에 가게 된 것은 하이데라바드에서 카리마바드로 돌아오던 길에 들려온 한마디의 말 때문이다. "체리가 먹고 싶으면 우리집에 와요" 이 무슨 오래된 유괴 멘트 인가? 훈자에 있는 6살짜리 어린아이들도 (여러번 길에서 마주치고 인사도 해서 안면이 있는) 내가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하면 5분을 망설인 끝에 안 먹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도 순순히 체리를 먹으러 미스터 칸의 집에 갔다. 사실 그날 미스터 칸의 집에는 부인과 아이들 그리고 누님과 누님의 가족 등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체리와 말버리를 따며 집 정원에서 자그 만한 파티를 여는 중 이었다. 미스터 칸과 그의 가족들과 정원에 앉아 체리를 먹으며 훈자의 학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놀라운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훈자에 있는 아이들 100%가 중학교까지의 교육을 마친다고 한다. 훈자가 파키스탄의 다른 곳과 비교해서 개방적이고,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높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높은 교육률 덕분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훈자 사람들은 고등학교 교육을 마치면 이슬라마바드나 카라치에 있는 칼리지(대학을 진학하기 전에 1년간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학교)에 입학하여 좋은 대학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고 했다. 훈자 사람들은 카라치, 이슬라마바드, 라호르같은 대도시를 제외한 다른 어느 지역의 파키스탄 사람들보다도 영어를 잘해 대부분의 훈자 젊은 이들은 도시에 나가 일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훈자에 할아버지들이 유독 많았던 이유도 이것 인가 보다. 



훈자에 있는 동안 학교 순회를 하는 것처럼 여러 학교를 방문했다. 무슬림에 대한 나의 편협한 인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훈자의 개방적인 분위기 덕분 이었을까? 훈자의 학교에 가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다니는 학교가 아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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