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딸로 와줘서 고마워
깊은 잠에 빠져 들어갈 즈음 아이가 가래가 그렁그렁 한 기침을 한다. 꽤 여러 번 하다 잠잠해졌는데 며칠이 지속되어 신경이 쓰인 상태이다. 침대 위 핸드폰을 들어 '열 없는 폐렴'이라고 검색해 보기 시작한다.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쿨쿨 자던 습관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아이를 낳은 이후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세상에 모든 엄마가 그렇듯 대략 3개월 동안은 잠을 자는 건지 깨어 있는 건지 구분되지 않을 만큼 뒤엉킨 시간들을 기어코 버텨낸다. 잠을 푹 자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었던 때를 지나고 여전히 아이의 기침소리 혹은 평상시보다 따뜻해지는 체온을 느낄 때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나곤 하니까.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픈 기색이 느껴지면 깊은 잠에서도 벌떡 깨어날 수 있는 정신. 나의 엄마가 주었던 따뜻한 숨결이 자연스럽게 나의 아이에게 전해지는 걸까. 아이가 종알종알 이야기를 할 때 반짝거리는 눈을 보고 있노라면 내 자식이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워 귀여운 볼에 사정없이 뽀뽀를 발산하곤 한다. 초등학교 2학년 언니는 매우 귀찮다는 듯, 엄마의 애정표현을 한 손으로 닦는 제스처를 취하며 "아유! 알았어."
나에게 온 이 아이를 매우 귀하게 여기고 싶다. 귀하게 여긴다는 의미는 나의 아이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이 세상에서 이 아이를 가장 잘 키울 부모가 우리 부부라고 판단하였기에 우리에게 맡겨주신 것이다. 보내주신 선물이기에 나의 아이지만 나의 아이가 아니다. 나의 욕심대로, 나의 마음대로 키우지 않겠다 오늘도 되뇐다. 나의 감정을 아이에게 전달하지 않으리라 다시 한번 다짐한다.
예전부터 외동딸이기에 더욱이 집중되기 쉬운 시선을 내려놓고 둘째를 키우는 마인드로 키우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쉽지는 않다. 욕심이 많은 내가 그것을 아이에게 집중한다면 아이의 인생을 망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에. 아이와의 관계 또한 서로를 괴롭히는 진흙탕으로 들어가는 미래가 눈에 선하기 때문에. 늘 그 마음을 경계하는 것은 어렵다. 어렵다는 뜻은 자연스러운 마음의 흐름을 거슬러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나보다 더 큰 아이를 위해 해야 한다.
자기 전에 자주 들려주는 말이 있다. "엄마는 하나님을 믿고, 주아를 믿어, 그래서 엄마는 네가 반짝반짝 빛이 나는 인생을 살아가리라 믿는다. 너만의 달란트를 발견하게 될 거야. 언제나 엄마는 네 편이야" 실제로 나는 아이가 넘어지고 부딪히고 힘든 시간들 속에서 일어나고 또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 너머에 계신 분을 믿고 있기에 순간 불안이 찾아올 때 금세 제자리를 찾아 돌아오게 된다.
아이가 계속 기침을 한다. 하필 오늘은 주일이고 예배를 드리고 합평회를 가는 일정으로 빡빡하다. 백일 백장 프로그램이 끝나기에 마지막으로 모여 함께 글을 낭독하며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 신청을 해 놓았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께 맡기고 가는 마음이 편치 않게 되었다.
아이한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엄마 딸로 와줘서 고마워 주아야." 꼭 되돌아보는 보석 같은 말. "나의 엄마로 와줘서 고마워 엄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