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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Dec 11. 2023

순간에 완전히 존재할 수 있는 재능

나는 매일 아름다운 나를 만날 것이다.

1. 뭐지 심장이 쿵쿵 쿵쿵 뛴다.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는데 심장 박동소리가 온 감각을 지배할 만큼 빠르게. 쿵쿵 쿵쿵. 제발 진정해. 근래는 아줌마의 능글맞음이 더해져 크게 긴장할 일이 없었는데 설렘과 알 수 없는 이 격분의 감정은 무엇이지?


2.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글로만 보던 분들이 입체적으로 튀어나온듯한 첫인상. 글에서 어느새 사람이 된 작가님들을 만난다. 어머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신기한 경험이다. 처음 만나는 이 풍경. 이 느낌. 이 온도. 이 감각. 먼저 글을 접하고 후에 그 주인공을 만나게 되는 일. 온라인으로 글쓰기를 하고 오프라인으로 합평회를 하게 되면 이러한 것이구나.


3. 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부터 그동안 글을 쓰며 느꼈던 감정들을 나눈다. 마이크를 잡고 각자의 글을 낭독하는 시간. 모두 다 인생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한 분 한 분 글에서 느껴지는 것보다 훨씬 열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 글은 아무래도 정제된 언어라 직접 만나 뵙고 말씀하는 것을 들으니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다.


4. 2023년 여름부터 글쓰기를 시작해서 최근 며칠 전까지 인생의 첫 경험들을 연속으로 만나게 된다. 뭐지? 뭐지? 마흔 즈음에는 일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아이 키우고 집안 돌보고 어쩌고. 늘 그렇지 뭐.라는 어른들의 말은 옛말이다. 힘이 없는 지나간 말.


5. 어제 합평회를 포함해 최근 일주일 만난 경험들은 모두 나에게 처음이다. 마흔 즈음인데 매일이 새롭다. 신선하고 설레고 미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심장이 종종 정신을 못 차린다. 감격스러워서 잠을 설친다.


6. 비이성의 감각 세포들이 날뛰기 시작해서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 고요해질 때까지 기다려 주기로 한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지난여름부터 계속 도전하고 있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새로운 경험은 나를 발견하게 한다. 또 다른 내가 있다. 내 안에 수많은 나를 하나 더 만난 것뿐이니까.


7. 맞다! 나는 도전하고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유명한 데미안 한 구절이 문득 생각난다. 고통스럽게 알을 깨어가는 그 과정을 온전히 감내해 나갈 때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8. 2023년 하반기를 돌아보면 도전이라는 단어 하나가 유일하다. 새벽 글쓰기를 시작하며 오픈된 글쓰기(브런치) 시작하였고 책과 강연 백일 백장을 시작하였고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새벽 독서모임을 시작하였다. 내가 시작하였지만 내가 일어나지만 내가 하고 있지만 내가 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9. 고통의 시간을 깨고 나온 새의 모습.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나는 고통을 기꺼이 즐기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아름다워지는 나를 발견하는 기쁨이 충만해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매일 알에서 나올 것이다. 나는 매일 아름다운 나를 만날 것이다.



새로운 경험이 주는 감각의 자극. 오늘도 나는 알에서 깨어나오기를 기꺼이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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