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당신은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가?
이곳은 강릉이지만 정동진에 가까운 그 어딘가 숙소이다. 늦은 여름휴가를 떠나왔는데 어김없이 새벽에 눈이 떠진다. 무슨 이야기를 꺼내 볼까 고민하며 잠든 어젯밤. 무심코 정동진으로 여행지를 삼은 건 언젠가 엄마의 추천 여행지 덕분이었다. “주아 데리고 하슬라 아트월드라는 곳에 한 번 가봐!”
근처에서 숙소를 정하고 밥을 먹으러 차를 타고 가는데 언젠가 와 본 곳이라며 오랜 기억 속 추억들이 몽글몽글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바다 내음이 물씬 코를 찌른다. 도로 중간에는 바닷바위가 인도로 튀어나와 있다. 파도가 거세게 일어나면 바닷물도 한껏 맞아 볼 수 있는 바다 바로 옆 해안 도로, 바로 헌화로이다.
이곳을 20여 년 전 동해 올레길 걷기 운동을 기획한 엄마 덕분에(?) 오게 되었다. 동해안에 올레길이 조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을 모두를 이끌고 걷는 여행을 떠난 우리 엄마. 하루에 16~20km를 걸으며 동해 쪽을 튼튼한 다리 하나로 종횡무진했기에 사진에서 보는 얼굴마다 눈이 퉁퉁 부어오른 다소 피곤한 모습이었다는 기억이 떠오른다.
타의에 의한 여행이었기에 이곳이 어디인지, 얼마나 좋은 곳인지에 대한 관심은 저 너머에 있었고 순간 좋은 경치가 나오면 사진이나 남기자라는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였기에 지명 따위도 기억 너머에 사라진 지 오래전이었는데 그 해안 도로는 그 당시 나에게도 인상적이었다.
바로 이곳 헌화로에 다시 왔다. 물론 지금은 드라이브를 하며 천천히 달려왔지만 두 다리로 걸었던 그곳이 잊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원래 몸소 경험한 것은 오랜 기억 저장소에 기록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참 힘들었던 여행이었는데 마흔 언저리에 남편과 딸과 함께 이곳을 오니 엄마가 왜 힘든 여행을 굳이 자처하고 불평하는 나를 데리고 다녔는지 엄마의 마음이 헤아려진다.
종종 남편과 딸과 함께 자전거 라이딩을 한다. 8살 나이에 오르락내리락 17~18km 남짓 거리를 어른들 페이스에 맞춰서 페달을 굴리는 것이 쉽지는 않다.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딸에게 무한 칭찬을 보내는 나를 보며 엄마를 닮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엄마를 닮아가고 있다. 닮아가면 안 되는데, 닮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아니라 뿌듯한 마음이다. 엄마를 닮아가고 있는 나 자신이 뿌듯하다. 엄마의 끈기를, 인내를, 꾸준함을, 도전 정신을 늘 닮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조금씩 닮아가고 있어서 뿌듯하다.
당신은 지금 아이에게 어떤 엄마일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아이에게 닮고 싶은 엄마는 아직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목표는 있다. 아이가 훗날 커서 나처럼 엄마를 닮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 엄마가 존경스럽다고 말해 줬으면 좋겠다. 아이에게 그런 엄마가 되려면 꽤 열심을 내어 하루를 살아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따라오기도 한다.
내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은 떨어져 보면 어떨까? 아니, 반대로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당신을 보고 싶고 찾아오고 싶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거라 자신하는가? 아이가 커서 당신을 닮고 싶다고 말할 것이라 확신이 없다면, 오늘부터라도 생각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의 관점이 달라지면 행동이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