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정은 작은 천국 - 6회
*본 글은 건강한 가정을 세우기 위해 생각해 볼 문제들을 연재하는 글이므로 1편부터 읽어나가시길 권해 드립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부모인
나 자신의 불균형적인 어리석음을
대면하는 일이 아닐까요?
지난 글의 마지막 질문을 가지고 옵니다. 우리는 또 질문을 해 봅니다. 과연 내면의 불균형 적인 어리석음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불균형이다’라는 뜻은 ‘어느 편으로 치우쳐 고르지 않은 것’이라는 사전적으로 내면이 고르지 않고 치우쳐 있다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내면이 균형 잡히지 않은 상태, 곧 내면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뜻은 어떤 의미일까요?
먼저 우리는 '질서'와 '혼돈'에 대한 개념을 함께 이해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질서’의 개념은 강력한 전통, 하루의 계획, 정시에 출발하는 기차, 달력, 시계, 잘 차려입은 예복,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대하는 정중한 태도 등을 떠 올려 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질서'라는 것은 확실하고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이며 예측 불가능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는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충격적인 것도 없고 불안이나 혼돈이 없는 상태입니다. 흔히 말해 '안정된 가정생활'을 '질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삶이 이러한 질서 속에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느닷없이 예상치 못한 사건이 가정에서 발생하기도 하고 원치 않는 일을 맞닥뜨리게 되기도 합니다.
가정의 문제에서만 국한되어 본다면, 부모의 입장에서 사춘기가 온 아이와 예상치 못한 갈등 상황을 만난다거나, 결혼 후 충격적인 시댁 혹은 처가의 현실을 만났을 때 우리는 '질서'의 상태에서 '혼돈'의 상태로 옮겨가게 됩니다.
저의 경우는 결혼을 하고 예상하고 있던 행복한 결혼 생활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진 경험을 했습니다. '질서'에서 무자비한 '혼돈'의 소용돌이로 갑자기 들어가 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질서'와 '혼돈'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삶에서 늘 경험으로 인식하고 있는 개념입니다. '혼돈'과 '질서'의 반복이 우리를 인격화하는 과정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입니다.
'혼돈'은 저를 포함 누구나 환영하는 개념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반대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삶에서 어떠한 '혼돈'이 없이, 오래도록 질서를 유지한다고 가정해 봅니다. '내'가 만일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내 인생은 마흔 넘도록 너무나 고운 인생이야. 살아오며 한 번도 힘든 적이 없었고 어릴 때부터 난 늘 편안하게 살아왔어. 결혼 후 남편도 아이도 아무 문제 없이 늘 내가 원하는 데로 맞춰주고 있어. 내 인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 탄탄대로야!
우리는 이런 사람이 바로 ‘나’라고 가정해 봅니다. 오랜 시간 굳어진 질서 속에서 혼돈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겉으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스스로 겪은 세상이 전부라는 무지의 오류와 자기모순에 빠져 있을 확률이 매우 높을 수 있지 않을까요? 즉 내면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삶에서 혼돈이 한 번도 없었다는 말은 어쩌면 미지의 세계, 가능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향한 도전도 한 번도 없었다는 뜻이 아닐까요? 다시 말해 질서를 매우 단단하게 고정시켜 그 불균형을 지속적으로 견고하게 만들었다는 의미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따라서 감히 말하지만 이런 '나'라면 '나는 어리석다'라고 고백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질서가 너무 강해서 완전하게 균형이 무너진 상태는 어떤 상태일까요? 아웃슈비츠 집단 수용소나 군대조직 등이 바로 영혼을 죽이는 획일성으로 인해 균형을 완전히 잃고 질서가 확고하게 굳어진 극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오래도록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내면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 예를 들어 자기모순, 자기 합리화, 편견과 선입견 등 기존의 관점이 전혀 깨지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편안한 '질서' 상태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인생의 '혼돈'을 만납니다. (물론 새로운 일을 도전하며 예상하듯 '혼돈'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 경우는 지금은 제외하기로 합니다) 우리는 아이로 인해 학교에서 전화를 받고 눈물을 흘리는 엄마이고 사춘기 아이와 매일같이 갈등하며 괴로워하는 엄마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모두가 혼돈을 겪습니다. 혹은 부부의 문제로 삶이 막막하기도 합니다.
살아오며 누군가에 사죄한 적 결코 없었던 나였는데, 누구에게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던 나였는데 아들 대신 상대의 부모에게 깊이 사죄해야 하는 일이 있지 않았나요? 상담센터는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이의 사춘기시기 갈등으로 인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상담센터를 찾아간 적이 있지 않나요? 부부의 문제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때 삶을 끝내고 싶지는 않았나요?
이 과정에서 부모라는 우리는 기존 관점에서 오는 불균형을 스스로 절단합니다. 기존의 편견과 자기모순과 자기 합리화를 내려놓게 됩니다. 그 견고함의 폐쇄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매우 아프지만 어쩌면 반드시 필요했던 그 폐쇄가 열립니다. 그것은 더 큰 폐쇄로 가기 위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만나게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를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고 더 큰 그릇으로 성장하게 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모두 '질서'에서 '혼돈'으로 가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다시 '질서'로 돌아오면서 나오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조던 B. 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 (혼돈의 해독제), 2018, 메이븐 참고
화 . 목 [건강한 가정은 작은 천국]
수 . 일 [새벽독서, 책과 나를 연결 짓다]
금 [초등학교 엄마부대]
토 [아이를 키우는 엄마끼리 속닥속닥]
14일마다 [다나의 브런치 성장기록] 매거진이 발행됩니다. 한 달간 브런치 성장기록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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