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정은 작은 천국 - 7회
아이의 ‘책 읽기 습관’을 위해 하교 후 엄마와 도서관에 가는 요일이 정해져 있다. 아이는 갖가지 핑계로 도서관에 가는 것을 피하려 한다. “그리던 그림만 마저 그리고 갈게”, ”오늘은 머리가 아픈데 안 가면 안 될까?”, “엄마 나 오늘 너무 피곤해...” 등등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아이에게 엄마인 나는 짜증이 슬며시 올라온다.
습관에 대해 나는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오늘 나의 결과는 내가 지금껏 살아온 습관의 덩어리다. 얼굴근육으로 인해 생긴 주름도 나의 표정의 결과이고 나의 몸도 그동안 먹고 운동한 결과이고 나의 지식도 지금껏 투자한 배움의 결과이다. 이 모든 것이 '나'라는 사람을 만들었기에 ‘습관이란 곧 나의 증명이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네 믿음은 네 생각이 된다.
네 생각은 네 말이 된다.
네 말은 네 행동이 된다.
네 행동은 네 습관이 된다.
네 습관은 네 가치가 된다.
네 가치는 네 운명이 된다.
간디의 가르침을 오래전에 접했다. 습관이 나도, 아이도 자신의 운명이 된다는 사실에 엄마인 나의 책임은 무겁기만 하다. 게다가 아이의 습관은 엄마에게 절대적으로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딸아이를 잠시 바라보는데 ‘아..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머물기 시작한다. 단지 아이의 행동이 활발하다, 느리다, 어떤 것에 소질이 있다, 무엇을 좋아한다. 싫어한다. 이런 태도만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 괜찮은 것인지 말이다.
많은 엄마들이 등교 혹은 등원 전 아침먹이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책 읽기, 자기 전 양치하기 등등 많은 것들을 습관으로 만들어주고 싶어 하겠지만 나의 경우는 아이가 다양한 책을 많이 읽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나 또한 독서의 중요성을 깊이 깨우치는 엄마라서 책 읽는 습관을 어릴 때부터 잘 들이고 싶기에 책을 예로 들어 보기로 한다.
그래서 잠시 아래 그림을 보고 '습관을 위한 네 가지 단계'를 설명해 보겠다. 어떤 습관이든 상관없이 아이와 엄마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으니 참고가 되길 바란다.
첫 번째 단계는 무의식/무행동이다.
아이는 책을 읽지도 않고(무행동)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무의식)조차 없는 상태이다. 의식하지 않기에 의도도 의지도 행동도 없는 상태.
우리 아이는 사실 이 단계는 아니다. 엄마가 책 읽어라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책을 읽는 것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겠다는 의식은 하는 단계, 하지만 스스로 읽지 않으려 하는 행동이 없는 단계이다. 이어 설명할 두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는 유의식/무행동, 유의식/유행동이다.
여기서 엄마인 나는 아주 어렵다. 책을 읽지 않을 때 혹은 흥미 위주의 학습만화만 읽으려고 할 때(학습만화가 무조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흥미만을 위한 만화책을 보는 것 의미) 그 책을 읽고 나서 엄마가 추천하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주기도 하고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방법으로 책에 재미를 붙이도록 유혹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이가 스스로 읽으면 드디어 습관이 됐구나! 기뻐했는데… 또다시 아니었구나 기쁨과 좌절이 반복되었다. 좋았다 말았다 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어른인 나도 새벽독서를 습관으로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어떤 날은 일어났다 어떤 날은 못 일어났다, 어떤 날은 잘 읽히다 어떤 날은 졸다 매일매일이 실수와 실패의 연속이었다. 어른인 나도 그러는데 아이는 당연한 것을.. 엄마인 나는 아이를 다그치기보다 이 기간을 짧게 가기 위해서 꾹 참고 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중이다... 결론적으로 2,3단계는 알면서 안 하기도 하고 아니까 하기도 하는, 그런 단계인 것이다.
2,3단계는 여러 특징이 있는데 나의 경우, 새벽독서를 하면서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를 깨달아가고 있다. 얼마나 당황스럽고 얼마나 좌절하게 되는지... 새벽독서는 하면 할수록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계속해나가는 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정의 감정 이면에 존재하는 긍정의 신호, 즉 이것을 포기하지 않고 이겨냈을 때의 뿌듯함과 성취감이 선물처럼 오는 것도 경험했다. 그래서, 2,3단계는 사실 매우 길고 매우 어렵다. 어렵게 습득하고자 하는 실망일수록 이 단계는 길고 어렵고 포기하라는 유혹도 심한 단계다.
마침내 그 오랜 시간을 거쳐 새로운 습관을 형성됐다!! 바로 마지막 단계이다. 의식하지 않아도 행동이 저절로 나오는 네 번째 단계 바로 무의식/유행동이다.
무의식적으로 양치질을 하고 숟가락 젓가락질을 하고 운전을 하는 과정 모두가 반복을 통해 얻은 습관이다. 몸에 체화가 된 것이다.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내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 바로 그 상태가 마지막 단계, 습관이 형성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인 것이다.
자, 나의 딸아이는 책 읽는 습관의 2단계와 3단계에서 왔다 갔다 하는 중이다.
엄마인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왜냐고? 습관은 전염되니까 엄마인 내가 속이 터져도 묵묵히 기다리면서 보여주는 것이다. 엄마가 새벽부터 책을 읽고 아이가 하교 후 집에 올 때도 책을 읽는 모습을..
그런데 여기서 잠시 의문이 한 가지 들 수 있겠다. 모든 습관이 이렇게 형성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들게 오랜 시간 습관으로 만들어졌어도 영원한 것은 없다. 몇 년 동안 새벽에 일어나다가 명절만 지나면 아침잠이 느는 것. 이것이 도대체 습관이 된 건가? 안된 건가? 양치질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견딜 수 있을까? 자신의 차 없이 멀리 갈 수 있을까? 다이어트한다고 매일 샐러드만 먹을 수 있을까? 근데 그걸 해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을 견디게 하는 것은 아침에 양치를 하지 않으면 찜찜하니까, 안 하면 안 되니까. 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욕먹으니까.
즉, 습관이 영원하지는 않다. 항상 어떤 상황 때문에 어렵게 형성시켜 놓은 습관이 무너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을 극복해 내도록 하는 것이 '익숙함'이다. 마치 양치질을 안 하면 찜찜한 것처럼. 매일 읽다가 안 읽으면 왠지 죄짓는 것처럼, 매일 새벽에 일어나다고 하고 못 일어나면 하루가 망친 느낌이 드는 것처럼.
자, 이 정도라면 습관이 형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듯하다.
우리 아이의 책 읽기도 거기까지는 내가 도와야 한다고 여긴다. 아이가 '어? 엄마 왜 책 안 읽어?'라고 물어줄 때 나는 참으로 기분이 좋다. 아이에게는 내가 책 읽는 습관이 들었다는 것을 나름 인정받는 느낌이라서. 나도 아이에게 가끔 이렇게 물어보려 한다. '어? 우리 이쁜 딸, 오늘은 왜 책 안 읽어?'라고.
습관은 환경에서 싹튼다.
습관은 같은 일을 같은 방법으로 되풀이해서 하는 것에서 비롯되고,
같은 생각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일단 몸에 붙은 습관은 틀에 넣어 굳힌 시멘트벽돌처럼 깨뜨리기 어렵다(중략)
습관은 이러한 재료를 성품이라는 영구장치물로 만들고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영원히 고착시킨다. (중략)
따라서 우리는 환경을 가급적 조심스럽게 고르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한다.
환경은 정신이 필요로 하는 양식의 공급처이기 때문이다(주).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은 엄마, 바로 나다. 아이에게 굳은 시멘트처럼 깨뜨리기 어려운 습관.
아직 어린 딸이기에 나에게 책임이 막중하다고 느낀다.
주)나폴레온힐, 황금률, 2009, 비즈니스맵
화 . 목 [건강한 가정은 작은 천국]
수 . 일 [새벽독서, 책과 나를 연결 짓다]
금 [초등학교 엄마부대]
토 [꿈을 키워주는 엄마 되기]
15일마다 [다나의 브런치 성장기록] 매거진이 발행됩니다. 한 달간 브런치 성장기록을 담습니다.
Copyright 2024. 최다은 All writing and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