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의 엄마이다. 아이가 어릴수록 아이가 스스로 행동하며 배우는 시간을 엄마(부모)가 함께 호흡해 줄 때 엄마(부모)의 가치관이 아이에게 자연스레 잘 전달되고 아이로 하여금 엄마(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게 해 준다고 믿는 사람이다.
엄마인 나는 아이가 아이의 삶이 허락된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이 되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또한 배움을 포기하지 않고 추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스스로 배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오는 질문에 반응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고로 아이가 질문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눈, 남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 세상을 제대로 보는 눈을 가진 어른이 되기를 원하는 욕심이 많은 엄마이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쯤 되니 우리말을 구사하고 우리말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넘어, 우리말을 읽고 글로 적어보는 것만큼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되었다. 글쓰기를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타이밍과 방법을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우연히 '은은한 온도'작가님의 '초등학생과 교환일기로 나누는 안부'라는 글을 보게 된다.
아 이거다! 외동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더불어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찐한 모녀 관계'라는 이점을 활용해 딸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초등학교 저학년이고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아이이니까. 엄마와 아이의 교환일기가 아이의 글쓰기 습관을 시작하는데 괜찮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고 아이에게 묻는다.
<엄마> “엄마랑 비밀교환일기 써 볼래?”
<딸> “그게 뭐야 엄마?”
<엄마> “엄마랑 너랑만 아는 이야기를 하루는 엄마가 하루는 네가 서로 교환하면서 쓰는 거야. 그리고 자물쇠로 잠가 놓는 거야. 아무도 보지 못하게 쉿!”
<딸> “하하하 좋아! 자물쇠 열쇠는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 되겠다! 근데 아빠도 같이 쓰면 안 돼?”
<엄마> “아빠는 요즘 많이 바쁘시니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특별한 날에 쓰도록 기회를 드리자”
<딸> “헤헤헤 좋아! 신난다!”
그렇게 모녀의 교환일기는 시작되었다.
2024년 4월 24일 수요일.
날씨는 흐림, 엄마 기분은 신남.
너와 처음 쓰는 비밀일기를 쓰는 엄마의 기분이 어떤지 알고 싶지 않니? 핑크핑크핑크!! 벚꽃처럼 설레고 몽글몽글해. 심장도 콩닥콩닥 뛰는 마음이랄까? 사랑스럽고 예쁜 너와 함께 기록하는 이 일기장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길지 너무 기대된다! 히히
엄마는 오늘 쓰는 이 일기를 시작으로 너에게 더 많이 표현하고 싶어. 네가 엄마아빠에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가 너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이 감사한지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말이야.
첫날이라 그런지 너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일기를 쓰다가 마음이 벅차서 눈물이 그렁그렁했어. 엄마는 진짜 울보지? 진짜 잘 우는데 또 진짜 잘 웃고. 어른인데 엄마는 왜 그러냐고 네가 종종 타박을 하기도 하잖아. 어른도 똑같아. 어른인 척하려고 다들 두꺼운 포장을 하는 것뿐이지. 어른들이 어린이보다 더 유치하고 못된 경우도 있단다! 어린이 보다 못한 어른들도 많으니까 말이야.
그건 그렇고 오늘은 네가 처음 네 돈으로 옷을 사 본 날이라 더욱 의미가 있단 말이지! 옷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엄마가 사 주는 옷을 잘 입고는 했었는데 이제는 네가 원하는 스타일도 생기고 네가 모은 용돈으로 옷을 사기도 한다니 엄마는 새롭게 달라진 너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훌쩍 커 버린 네가 아쉽기도 해.
엄마랑 네가 쓰는 기록들이 하나씩 쌓여서 우리의 소중한 보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미래의 언젠가 이 글을 읽게 되면 '그때 왜 그랬을까.." 웃으며 추억할 수 있게^^
-오늘의 엄마의 일기 끝-
아이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시키고 싶은 부모는 많다. 문해력 문해력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우리 부모들은 하나라도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에 휩쓸려 초등학교 시절부터 모든 과목마다 하나씩 학원을 붙이는 그럴싸한 이유를 아이를 위하는 것이라고 정당화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로 하여금 엄마(부모)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느끼는 순간은 엄마(부모)의 욕구를 채우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아이에게 무엇을 정말 간절히 배우게 하고 싶다면 엄마(부모)가 그것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인지 되짚어 봐야 하지 않을까? 사랑이 없다면 어떠한 지식도 서로 만날 수 없다. 스스로 알아가는 배움에 빠진 아이에게 포기하는 것이 더 어렵지 않을까?
엄마와 딸의 교환일기를 시작으로 딸아이도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접했을 때 글로 표현하는 즐거움을 스스로 알아갔으면 좋겠다. 아이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질문을 통해 깨닫는 기쁨만큼 엄청난 힘은 없으니까! 아이에게 독서와 글쓰기의 즐거움을 진실로 기대한다면 엄마인 내가 부지런히 읽고 더 좋은 글을 하나라도 더 쓰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겠지?
주) 아이의 공부 태도가 바뀌는 하루 한 줄 인문학, 김종원, 2019, 청림라이프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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