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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Jun 08. 2024

눈 가리면 안보일까?

술래잡기할 때 어린아이들은 몸 전체가 다 보이는데도 자기 눈을 가리면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손으로 눈을 가리고 멀뚱히 서 있는 모습을 본다. 얼마나 귀여운지… 어린아이가 해맑게 하는 행동을 보면 어른들은 사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웃는다.

그런데 어른의 모습도 이러하다면 사실은 이 어른도 어린아이와 다를 바 하나 없지 않을까? 나의 눈만 가리면 모든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완전한 착각, 때로는 착각이라고 믿고 싶은 합리화… 어른인 척하는 어른에게서 보이는 모순이 나 아닌 타인과 소통을 어렵게 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경험하지 않았다고, 자신이 자라온 환경과는 다르다고 공감하지 않으려 하는 나 중심적인 사고는 어쩌면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무지한 어른에게서 나오는 행동이 아닐까?



나 중심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손 가리고 술래잡기에서 완벽히 자신을 감추었다 생각하는 어린아이와 같다.


사실 나도 그러한 사람이다. 나는 꼭 경험을 해 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해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쉬이 내 삶에 적용하지 않는다. 매우 줏대가 강한.. 긍정의  의미로는 주관이 뚜렷하고 부정적으로 말하면 고집스러운 성격이다. 이 고집스러운 면이 어떤 것을 임하는 자세에서는 제대로 하려고 하는 성실과 책임감으로 이어져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 경험해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을 이해해 보려는 마음이 부족하다. 최근 나는 꼭 내가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상대를 이해해 보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하고 공감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주)는 글귀를 보며 맞아, 상상력이 곧 타인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는구나!


나는 타인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여전히 머리를 사용하는 사람이구나. 그(그녀)를 이해하는 것은 마음을 사용해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는 것인데 ‘왜 그렇게 생각하지? 저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무얼까?‘부터 곰곰이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하니까 사실 타인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모르겠으면 그냥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로 인정해 주는 것, 내가 모르는 너의 그 이야기를 더 들어볼 수 있는 마음 정도면 되겠구나. 그럼 서로의 이야기가 어긋나지 않게 서로를 미워하거나 화를 내지 않아도 대화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공감의 마음,


사실은 타인이 이해가 안 되는 딱 그만큼 나 자신도 타인에게 그런 존재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 깨달음을 우선으로 남편에게 적용해 보려 한다. 일주일 후에 돌아오는 남편의 이야기를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왜’부터 묻지 않기부터 실천해 보려고 한다. ‘왜’ 이전에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는 연습. 좀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내 안에 지혜의 근본이신 그분께 기도하며 지혜를 구해 보련다.


술래잡기에서 완벽히 자신을 숨겼다고 착각하는 어린아이를 그에게 보여주기에는 그도 나에게 기대고 싶을 때가 많은 ‘남편이 처음인’ 남자일 뿐이니까,






주)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문정, 포레스트북스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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