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아침 일찍부터 동대문 상가에 가자고 해서 부랴부랴 외출을 준비하고 발걸음을 향한다. 귀여운 액세서리 부자재들이 즐비한 가게들이 줄줄이 이어진 곳. 꼭 사지 않아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한 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여기저기 둘러보고 건물 밖을 나오는데 햇빛을 마주한 순간 다리가 휘청하는 것이다.
몸이 계속 부은 느낌(살이 찐 것을 애써 외면하는 것인지)이라 18시간 정도 단식을 하며 몸을 비우고 있었는데 햇빛을 보는 순간 기운이 확 빠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떼기가 상당히 고통스럽다. “걷기가 너무 힘들다”어지럽다 호소하니 얼굴이 창백하다며 친구가 부축을 해주고 힘내서 식당까지 가자고 나를 이끈다.
식은땀이 주르르 뚝뚝뚝 거침없이 흐른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도로 한 복판에서 잠시 누워서 기절할 듯함 느낌, 난생처음 겪는 일이라 이게 뭐지? 하며 오만배 이상 무거워진 다리를 질질 끌고 겨우 의자에 쓰러지듯 앉아 엎드려서 숨을 가쁘게 쉰다. 친구가 소고기 뭇국을 서둘러 가져와 후후 한 김 불어 벌컥 들이키니 그제야 눈동자에 힘도 들어가고 삶이 제대로 작동하듯 정상적으로 리플레이된다. ”휴우… 죽다 살았네 웬일이야…조금 더 지체했음 정신을 잃을 것 같았어…고마워 친구야 “
저혈당 쇼크 증세 같다는 그녀의 말. “40대는 단식도 사골국물 마셔가며 해야 해”라는 친구의 말이 귀에 뱅뱅 맴돈다. 건강을 너무나 과시했던 나에게 경고장 한 장 날아온 신호 같다는-
나는 오래도록 건강할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자신감은 더 이상 악도 아니고 깡도 아닌 우매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사건. ‘40대 급격한 체력 저하’라고 검색어를 입력하고 이리저리 정보를 습득하다가 이내 내 나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된다는 겸손이 손짓한다. 아! 더 이상 억지 부리면 안 되겠다. “내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라는 철부지 같은 심정도 통하지 않는 신체나이가 되었나 보다.
어깨에 잔뜩 들어간 ‘자만의 뽕’을 하나씩 빼는 일이 쉽지는 않다. 어제는 그토록 기다리던 아이의 아빠가 장기출장을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예쁘게 고르게 진열하듯 한 저녁 상을 차리고 주일 아침에도 최다은식 브런치를 곱게 올렸다. ‘안 하던 짓’이라 쓰고 ’ 손님 대접하듯 남편을 존중해 주기‘라 읽는 40대 새댁놀이에 에너지도 많이 소진되었나 보다. 덕분에 남편은 “나 많이 사랑하는구나”내심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역시 남편이 원하는 사랑은 나의 찐 본성을 거스르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구나. 주여… 함께하소서
“새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당연히 쉽지는 않잖아?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수하는지…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은 그러하다는 것을 하하하! 나 자신에 대한 지나친 모순을 극복하는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니껭. 용감한 나를 스스로 잘하고 있다 토닥토닥 달랜다.
사랑은 상대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상대가 행복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이다.
단 이틀 만에 사랑을 하는 일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매일 같이 쓰는 글도 담아낼 에너지가 없는 현실이 닥치며 절로 나오는 기도는 바로바로.
오우… 마이 갓. 무엇보다 체력을 주소서! 근력증가만이 새로 태어나는 길의 소망임을 알게 하소서 아멘! ㅎㅎ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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