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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Sep 03. 2024

엇갈린 선택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엇갈린 선택

작년 말 '백일백장'모임을 함께 한 친구가 '자신의 쓰기에 대한 철학'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며 초대해 주었다. 당연히 꾸준히 쓰기를 해야 실력이 단련됨을 알고 있다. 하지만 글쓰기의 방향이나 어떤 부분을 발전시켜야 하는지 막막해지는 시점에 오히려 쓰기를 외면하면서 회피하고 있는 나였다. 반가운 연락을 받고 한 걸음에 달려갔다.


그녀는 '백일백장'을 끝내고 '책과 강연'이라는 책 출간을 기획하고 코칭해 주는 회사와 계약을 해서 출간을 준비하고 현재 퇴고를 하는 중이다. 나는 같은 시점 완전히 다른 선택을 했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내가 그때 그녀와 같은 선택을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두 가지 마음이 교차한다. 나는 왜 실패를 위한 결정을 했을까? 나는 나의 오랜 결핍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넘어졌다.


사실 그 선택 덕분에 나의 결핍을 선명히 직면하게 되었다. 그 시간 나는 꽤 지독하게 앓았고 어느 날은 꺼이꺼이 눈물을 흘렸으며 내가 믿고 있는 절대적인 존재, 하나님과도 단절된 상태의 공허까지 경험했다. 심해 속 칠흑 같은 어둠을 만졌고 자신을 환멸 하기까지 지독한 그 감각은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을 만큼..


나는 그 고통을 통과하며 구원의 빛을 만났고 그 이후 나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저절로 달라졌다. 나는 그 시간을 통해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되었고 들리지 않던 것을 듣게 되었다. 분명히 그 선택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죽음=새로운 탄생

나는 처음으로 죽음을 맛보았다. 죽음은 쓴맛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탄생이니까, 두려운 새 삶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니까, -데미안-


그 사건은 나의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된 축복이었다. 물론 어느 날은 흔들리고 어떤 날은 그 확신이 약해질 때도 있지만 삶의 목적성을 완전하게 돌린 그 사건은 나의 인생에 필연적인 일이었다.


나의 실패를 위한 결정을 충분히 위로해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를 만나고 오는 길에 다시 마음이 서늘해짐을 느낀다. 나의 무모함을, 나의 열정을, 나의 혈기를 더 이상 나의 뜻대로 부리지 않겠다고 뼈 아프게 다짐한 사건이었는데 지난날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했던 감사가 나를 또다시 아프게 한 날.


#의존적 존재가 되고 싶어

나같은 사람에게 내가 가는 이 길이 참 미끄럽다고 느껴진다. 잠시 한 눈을 팔면 그 감사도, 축복도 후회로 뒤덮일 수 있는 그 야릇한 감정을 누군가에게 달려가 완전히 의존적인 어린아이처럼 칭얼대고 싶어졌다. 남편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나 안아줘"

그럴 때 남편은 고맙게도 아무 말 없이 안아준다. 나처럼 "왜? 무슨 일이야? 어떤 상황이었는데?"라고 묻지 않는다.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토닥여주는 엄마처럼 "속상하구나.. 재미있게 놀고 온 거 아니었어?"나는 그의 품에 오래 머물렀다. 한 겨울 아침 햇살처럼 포근한 상태를 깨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구 하우스미술관 페이잉 작품. 다시 훨훨 날아오를 수 있다고!


#회복과 위로

하나님은 ‘평안의 광탈자‘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난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깊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씀이 내 귀에 박힌다. 그 울림이 나의 영혼 어딘가 깊이 와닿아 나의 감정을 자극하고 금세 눈동자 가득 눈물이 고여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왜 사서 고생을 할까? 가끔은 기꺼이 고난 속에 들어가는 나를 보기도 한다. 고통받은 모든 시간들이 미련하고, 무지하고, 무모한 나라는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왜 나는 이렇게 생겨먹었지 하며 스스로 속상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저 말씀이 큰 위로가 되었다. 나의 기질이 어쩌면 하나님을 향해 나아갈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나의 마음의 자세는 늘 갈급하기 때문에 나의 목적성을 올바로 한다면 나는 지금 괜찮은 것이라고.


나아간다는 것은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매우 혼란스럽고 때로는 크게 상처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 고통을 기꺼이 안으려는 무모하고도 미련함 덕분에 힘든 만큼 성장하는 것이리라. 그렇게 또 한 걸음 자라는 것이라는 것을.  지금 너는 눈부시게 빛이 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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