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 가는 일

힘내 보다는 사랑해

by Dana Choi 최다은

타인에게 웃으면서 반응하고 친절하게 다가가는 편이기에 사람을 쉽게 사귈 것 같다고 한다. 처음 보는 사람과 말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타고난 기질 덕에 생각보다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한다. 오래 알아가며 깊이 사랑하게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예전에는 선긋기를 즐겼다. 소싯적에는 ‘카테고리 최’라는 별명에 걸맞게 인간관계를 가까운 순서대로 A, B, C, D로 나누기도 했었으니까.


김이나 <보통의 언어>에서 이런 말이 있다. 선을 긋는 건 여리고 약한 혹은 못나고 부족한 내 어딘가에 누군가가 닿았을 때 ‘나의 이곳은 이렇게 생겼어’라고 고백하는 행위이다.


그랬다. 상처받기 싫고 부족한 모습이 들통날 까바 선을 그었다. 딱 여기까지가 안전할 것 같아요. 모나고 삐뚤삐뚤한 모습 그대로 꾸준히 함께해 줄 사람이 없을 거야. 아니 뾰족한 나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거다. 못난 나를 사랑하지 못한 것이다.


생긴 대로, 내 모습 그대로 살아가다가 거름망에 걸러지는 ‘내 사람들’ 은 사금처럼 귀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공감되기까지 오래 걸렸다.


이제는 굳이 선을 그으려 하지 않는다. 다가와 주는 사람이 고맙고 맘이 찰떡같이 통한다면 다가가려 한다. 관계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아 가고 있다.


딸아이의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의 친구 엄마로 시작된 인연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물들어 놓은 엄마들 세상일지는 몰라도 지난 5년간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해 주는 사람들이, 같이 울어주는 좋은 사람들이 선물처럼 다가와 주었다.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언니가 어제 아이 때문에 힘들어한다. 힘내!라는 말을 하려다가 이 순간 힘내라는 소리만큼이나 힘이 빠지는 언어가 존재할까.. ‘언니야 사랑해! ’ 알록달록 다양한 색상의 하트 이모티콘을 모두 붙인다. 문자로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마음만큼 가득히. 언니는 ‘사랑해요 내 동생‘ 감동이라며 눈물로 답해 준다. 완전한 타인의 친동생이 된다. 생각에 취해 혼자 와다다다 수다를 떨고 때로는 철딱서니 없는 이야기를 해도 귀엽다고 해 주는 언니들에게 새삼 고맙다.


맏이로 살아온 시간이 길었기 때문일까. 사회에서 만나는 친구들도 동생들이 많았다. 물론 나이 불문 하고 오히려 언니 같은 배울 점이 많은 인연도 있지만.


동생이든 언니든 상관없이 마음을 나누고 같이 아파해주고 같이 기뻐해 줄 수 있는 관계들에게 힘내라는 말보다 사랑해라고 말하고 싶다. 소중하고 귀해 아끼고 싶은 말이지만 꺼내어 보았을 때 제일 힘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존재 자체로 반짝이는 언어가 몇이나 될까. 사랑이라는 말은 쉬이 꺼내기 어렵지만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힘은 마음을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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