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
오늘은 하루 종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다. 불안장애와 공황장애 덕분에 여행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먼저 긴장하던 나에게, 오늘 전해진 명상의 한 문장이 뜻밖의 선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상황을 조절해야만, 컨트롤할 수 있어야만 평화로울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이 불안을 만들어냅니다.” 아, 이거였구나. 내가 그렇게 오래 붙잡고 있던 정답. 그래서 오늘은 괜히 혼자 속으로 몇 번이나 말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지금도 꽤 괜찮은 편이다. 마음은 전반적으로 밝았고 생각은 드물게 말을 걸었다. 터널, 비행기, 엘리베이터처럼 늘 이유를 묻기 바빴던 공포 앞에서 오늘은 처음으로 ‘아, 네가 거기 있었구나’ 하고 그냥 알아차릴 수 있었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내가 붙잡아야만 안전하다’고 믿게 되었을까. 어릴 적부터 삶은 자주 예고 없이 방향을 틀었고,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IMF, 부모님의 이혼 같은 일들은 내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도착해 있었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지금의 이 안정이 괜히 불안해 보였던 이유는. 행복은 왜 늘 깨질 준비가 된 것처럼 보였을까. 그래서 나는 더 단단히 붙잡고, 더 정확히 관리하고, 더 완벽하게 유지하려 애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지금의 평화와 행복은 내가 하루도 빠짐없이 감시하지 않아도 순리대로 흘러갈 수 있다고. 그리고 그 믿음 하나면 오늘은 충분하다고.
나는 오늘부터 모든 것을 통제하지 않아도 안전할 수 있다는 쪽을 선택해 보기로 했다. 손에 힘을 조금 빼는 쪽으로. 나의 비전은 단순하다. 나는 통제 대신 신뢰를 배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불안이 와도 “아, 또 왔구나” 하고 다시 평화 쪽으로 천천히 돌아올 줄 아는 사람. 늘 잘하지 않아도, 자주 흔들려도, 결국은 돌아오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살짝 묻고 싶다. 요즘 당신은 무엇을 그렇게 꼭 붙잡고 있나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쉬어 보세요. 그리고 오늘 하루만큼은 그걸 조금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속으로 말해줘도 좋겠습니다. 평화는 붙잡아서 지켜지는 게 아니라, 돌아올 수 있을 때 머무는 것인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