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는 왜 꼭 무언가를 들고 있을까

by 김단아

민화를 보다 보면 이상한 공통점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다들 손이 바쁘다. 가만히 서 있는 인물도, 앉아 있는 동물도 대부분 뭔가를 들고 있다. 복숭아를 들고 있거나, 책을 안고 있거나, 꽃가지를 쥐고 있거나, 구슬 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손에 힘을 주고 있다. 손이 비어 있는 경우를 찾기가 오히려 어렵다.


처음엔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아, 장식용이구나. 손이 비면 화면이 허전하니까 뭔가 쥐여 준 거겠지. 그런데 민화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금방 알게 된다. 민화에서 이 ‘손에 쥔 것들’은 거의 언제나 의미가 분명하다는 걸. 복숭아는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고, 책은 배움과 출세를 향한 바람이며, 구슬은 재물이나 완전함을 뜻한다. 꽃가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오히려 조금 웃길 정도다.


민화는 빈손을 잘 허락하지 않는 그림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민화는 감상용이 아니라 기원용이었기 때문이다. 멀찍이 떨어져 감탄하라고 그린 그림이 아니라, 집 안에 걸어두고 매일 바라보며 마음을 얹는 그림이었다. 그러니 손은 늘 무언가를 쥐고 있어야 했다. 특히 현실에서는 아직 손에 없는 것일수록 더 단단히.


민화 속 인물들이 들고 있는 것은 이미 가진 것이 아니라, 가지고 싶었던 것들이었다. 손에 쥐어야 그림이 완성되었고, 그렇게라도 쥐고 있어야 마음이 조금 놓였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늘 손에 무언가를 쥐고 산다. 휴대폰을 쥐고, 계획을 쥐고, 미래에 대한 기대나 불안 같은 걸 마음속에서 꼭 붙잡고 놓지 않는다. 아무것도 쥐지 않은 채 가만히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불안하다. 손이 비어 있으면 마음이 먼저 허전해진다.


민화는 그 불안을 애써 감추지 않는다. 욕심을 없던 일로 만들지도 않고, 바람을 겸손하게 포장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되고 싶다고, 이건 꼭 필요하다고, 아예 손에 쥐여서 그려버린다. 그래서 민화 속 손들은 종종 과장되어 보인다. 유난히 크거나, 유난히 꽉 쥐고 있다. 놓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손끝까지 내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느슨해진다. 아, 나만 이렇게 뭔가를 붙잡고 사는 게 아니었구나. 오래전 사람들도 다 이랬구나. 잘 살고 싶었고, 잃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손을 비워두지 못했구나. 민화는 그렇게 말없이 위로한다.


바라는 게 많아도 괜찮다고. 손에 쥐고 싶은 게 있어도 괜찮다고. 인생을 살다 보면, 빈손으로 서 있는 날보다 뭔가를 꼭 쥔 날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고. 적어도 이 그림 속에서는, 욕심도 기원이 되고, 바람도 그림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민화 앞에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내가 쥐고 있는 것은 정말 놓치면 안 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손을 비워두는 게 무서워서 붙잡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민화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대신 여전히 무언가를 꼭 쥔 채, 조용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게 민화가 주는 위로의 방식이다.



KakaoTalk_20260129_075231782.jpg 직접 촬영한 민화 엽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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