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늘 설명서를 요구하지 않듯,

by 김단아

민화를 여기까지 보고 나면, 슬슬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여전히 어렵지 않나. 상징도 많고, 뜻도 있고, 알고 보면 다 의미가 있다잖아. 역시 공부를 좀 해야 하나 싶어진다. 검색창에 ‘민화 상징 정리’ 같은 걸 치기 직전의 마음이다.


그런데 민화는 그 질문 앞에서도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 민화는 끝까지 이렇게 말하는 그림이다. 몰라도 괜찮다고. 사실 민화는 처음부터 아는 사람만을 위한 그림이 아니었다. 글을 모르는 사람도 봤고, 아이도 봤고, 설명을 들을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이 봤다. 밥 먹다 말고 봤고, 일하다 말고 봤고, 그냥 지나가다 봤다.


그래서 민화는 이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알아보면 좋고, 몰라도 상관없다. 나비가 왜 나비인지 몰라도 나비는 여전히 예쁘고, 잉어가 왜 오르는지 몰라도 그 장면은 여전히 힘이 난다. 민화는 아는 만큼만 반응해도 충분한 그림이다. 설명이 따라오지 않아도, 마음이 먼저 움직이면 그걸로 이미 역할을 다 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요즘 너무 많은 것 앞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왜 좋은지 알아야 하고, 맥락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이유를 말하지 못하면 좋아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민화는 그 분위기에 끝까지 협조하지 않는다. 그냥 본다. 그리고 끝이다.


좋아도 되고, 웃겨도 되고, 아무 생각이 없어도 된다. 그래서 민화는 어렵지 않다기보다, 어렵게 만들지 않는 그림에 가깝다.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같이 있을 수 있는 얼굴, 해석 없이도 곁에 있어주는 그림. 집 안에 걸렸던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민화는 누군가의 수준을 가늠하지 않는다. 대신 그날의 상태를 그대로 받아준다. 피곤한 날엔 피곤한 대로, 괜히 웃음이 나는 날엔 웃음 나는 대로. 그래서 민화 앞에서는 아는 척을 할 필요도, 모르는 척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서 있으면 된다. 조금 웃고, 조금 멍해지고, 그러다 가면 된다.


민화는 끝까지 우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해하라고도, 감동하라고도, 더 깊이 들어오라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오늘 하루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림 앞에 잠시 서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이미 괜찮다고. 그래서 민화는 여전히 어렵지 않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삶이 늘 설명서를 요구하지 않듯, 이 그림도 굳이 이해되지 않아도 우리 곁에 남아 있을 테니까.

KakaoTalk_20260131_065630277.jpg 좋아하는 차입니다. 오늘은 차와 함께 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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