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인은
자신을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었다고 했지만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내게 바람은
추운 날
창문 틈으로 들어오던
그것뿐이었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사람이었다.
사랑이었다.
겨울방학,
아직 냉랭한 고3 교무실에
고2 나의 담임 선생님이
먼저 다녀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그 아이 형편이 어렵습니다
말 안 해도 아실 겁니다.‘
그런 말이었을까.
그런 부탁이었을까.
나는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마음에
이미 실려 있었다.
급식비 면제,
학비 면제,
말하지 않아도
미리 다 준비되어 있었다.
어떤 날엔
여러 선생님이
작은 돈을 모아
그것을 내 손에 쥐여주셨다.
그 손이
내 등을 떠밀기도 하고,
어깨를 감싸 안기도 했다.
그 손이
나를 지금 여기까지
데려왔다.
나는
팔할이
그 사람들 덕분에
여기 있다.
나는
사람으로
사랑으로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