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by 김단아

어떤 시인은

자신을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었다고 했지만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내게 바람은

추운 날

창문 틈으로 들어오던

그것뿐이었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사람이었다.

사랑이었다.


겨울방학,

아직 냉랭한 고3 교무실에

고2 나의 담임 선생님이

먼저 다녀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그 아이 형편이 어렵습니다

말 안 해도 아실 겁니다.‘

그런 말이었을까.

그런 부탁이었을까.


나는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마음에

이미 실려 있었다.


급식비 면제,

학비 면제,

말하지 않아도

미리 다 준비되어 있었다.


어떤 날엔

여러 선생님이

작은 돈을 모아

그것을 내 손에 쥐여주셨다.


그 손이

내 등을 떠밀기도 하고,

어깨를 감싸 안기도 했다.


그 손이

나를 지금 여기까지

데려왔다.


나는

팔할이

그 사람들 덕분에

여기 있다.


나는

사람으로

사랑으로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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