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이 뭐길래?

멍 때리기 아닌가요?

by 김단아

명상이 좋다더라. 책에서도, 영상에서도, 유튜버도, 의사도, 심지어 옆집 언니도 말했다. "명상 해봐요." 그래서 물었다. 명상이 도대체 뭔데요?


처음엔 이랬다. 그냥 조용히 앉아서 멍 때리는 거 아닐까? 아무것도 안 하면서 뭔가 있는 척하는 시간. 솔직히 말하면, ‘생각을 흘려 보내세요...’ 같은 말들에 약간 질려 있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세요.” “비우세요.” …배는 고픈데 뭘 비우란 건지 잘 모르겠고.


시간이 지나며 불안장애, 공황장애, 폐소공포증, 우울증, 대인기피증까지 점점 심해지자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됐다. 그래서 명상 수업을 신청했다. 그날의 나는 꽤 비장했다. '명상'이라는 말 자체가 뭔가 좀 있어 보이지 않나.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큰 기대는 없었다. 정확히 뭔지도 몰랐으니까.


명상센터에 처음 갔던 날, 선생님이 말했다.

“명상이란, 아름다운 상태입니다. 즉, 고통에서 자유로운 상태지요.”

나는 속으로 되물었다. 지금 제 상태는 거의 공포영화인데요? 이게 명상으로 해결이 된다고요? 눈빛은 텅 비고, 가슴은 답답하고, 심장은 롤러코스터. 이런 내가 아름다운 상태가 될 수 있을까? 너무 먼 나라 이야기 같았다.


그렇게 반신반의,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의심 쪽에 조금 더 무게를 싣고 명상센터를 다니기 시작했다. 세 번, 네 번. 그러다 조금 이상한 일이 생겼다. 명상이 ‘좋은 이유’가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첫째, 명상은 생각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지루하디 지루한 명상을 하다 보면, 아무리 안 그러려고 해도 잡생각은 꼭 찾아온다. 장보기 목록, 어제 했던 말, 갑자기 떠오르는 최악의 시나리오들. 예전 같았으면 그 생각들과 한 판 붙었을 텐데, 명상에서는 다르게 하라고 했다. 아,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그냥 알아차리기. 그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기. 생각을 없애는 게 아니라, 생각을 보고, 선택적으로 내려놓는 연습.

생각을 멈출 수 있다는 게 아니라, 멈출지 말지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둘째, 쓸데없는 상상을 덜 하게 된다는 점이 좋았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있다. ‘들이쉰다, 내쉰다’를 조용히 반복하다 보면, 늘 미래로 튀어 다니던 생각들이 잠깐 자리를 잃는다. 그러는 동안 나는 아주 잠깐, 사실과 현실 안에 머문다. 지금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그 단순한 사실이 불안을 꽤 많이 가라앉혀 주었다. 명상은 결국,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연습이었다.


셋째, 명상은 나 자신과 대화를 하게 해주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물었다. “당신에게 명상이란 뭔가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 같아요.”
생각해보니 나는 나와 대화를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늘 바빴고, 늘 참았고, 늘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명상 시간에는 도망갈 곳이 없었다. 그 자리에 앉아, 나를 만나야 했다.


넷째, 그 대화가 결국 나를 조금씩 사랑하게 만들었다.
내 마음을 알게 되니,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됐다. 다그치기보다 이해하려고 했고, 미워하기보다 살펴보게 됐다. 명상은 나를 대단하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조금 덜 잔인해지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명상은 뇌를 살짝 속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미소 명상’이라는 게 있다. 이유 없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연습. 처음엔 너무 어색해서 웃음이 났는데, 웃음이 나니까 몸이 조금 풀렸다. 몸이 풀리니까 마음도 덜 굳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매일 뇌를 속이며 산다. 명상은 그걸 조금 다정하게 하는 방법 같았다.


그래서 요즘 내가 아는 명상은 이렇다. 멍 때리기 같지만, 멍 때리기보다 훨씬 바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꽤 많은 선택을 하는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주는 연습.

완벽해지기 위한 게 아니라, 오늘을 조금 덜 힘들게 살기 위한 방법. 명상은 내 인생을 바꾸진 않았지만, 적어도 내 하루의 숨 쉴 틈은 만들어주었다.


KakaoTalk_20260122_151943137.jpg 명상 센터에서의 '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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