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미로
문진표 작성란에 여름을 기다린다고 적었다
꽃이 피는 시간에 나는 맹인에 가까웠으므로
화려한 조명이 쉽게 진흙탕의 발자국을 지우고 밝아지는 표정을 길이라고 생각했다
어제는 등 뒤로 폭풍이 몰아쳤고
나는 친구들을 만나러 숲으로 가고 싶었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커다란 덤프트럭이 하얀 선을 무참하게 비트는 것을 목격했다
충돌이란 드러낸 속내를 감당하는 것
비명은 예고 없이 누군가의 희망을 낚아채 무성한 ㅕㄹ들의 이름을 만들었다
숲은 사라지고
사람이 우거진 곳은 미로와 같아 인기척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빛의 노숙자가 되어 밤새도록 잭의 콩나무를 읽었다
북향의 틈새에서 기형의 자세로 자라
하얗게 질려가는 빈칸에 새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