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브뤨레
크림 브뤨레
내 취향은 설탕을 태우는 것
철들지 말라고 내 머리에 설탕을 뿌리던 할머니를 이해해요
무엇이든 절여야 오래 가질 수 있었던 그녀에겐
위험한 주문이었죠
서랍을 열면 튀어나오는 질문 때문에
불편한 옷을 입어야 했어요
내 모든 생일을 혼돈에 빠뜨렸던 구름을 용서해도
불꽃을 터뜨리지 못하고 곤두박질치는 폭죽
할머니의 기적은 완성되지 못했어요
소녀를 빛내던 흑발의 윤기가
손가락을 빠져나와 어둑해진 골목을 배회하고 돌아온 날
텅 빈 배 속을 채우려고
빗물을 모으고 눈송이를 뭉쳤어요
무엇이든 이고 지고 다녀야 하는 게 어른이라며
긴 한숨을 내 어깨에 올려주고 석양을 넘어가는 노인의 등에선
수많은 별자리가 돋아났죠
그리워서
창문 가득 햇살 멈춰 있으라고 설탕을 잔뜩 뿌렸어요
할머니 유언장에서 캐러멜 냄새가 나요